지자체의 집단 대응은 재정난 악화에 따른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복지예산은 통상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방식을 취한다. 정치권과 정부가 새로운 복지정책을 쏟아낼 때마다 지자체 부담도 덩달아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복지사업 중 지방비 부담이 1000억원을 웃도는 사업만 11개에 이른다. 가장 큰 블랙홀은 올 하반기에 시작된 기초연금제도다. 기초연금의 지방비 부담은 올해 1조8000억원에서 내년에는 2조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박근혜정부 임기 동안에만 10조1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무상보육·급식비 부담도 천문학적이다.
하지만 지방재정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1.1%에서 올해에는 50.3%로 떨어졌다. 재정난이 심해지면 지자체는 결국 파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대책 없는 과잉 복지’의 후유증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자체 재원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돈이 없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교실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학교 교실 벽이 갈라지고 천장이 내려앉아도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 지방재정이 처한 현실이다.
지자체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정치권과 지자체가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곳간은 생각지 않고 선거철마다 흥청망청 선심공약을 남발한 탓이다. 6·4 지방선거 때만 하더라도 온갖 무상공약이 춤을 추지 않았던가.
복지 재앙의 불길이 번지지 않게 하려면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도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을 자제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효율적 재정운용을 위한 각오를 다시 다져야 한다. ‘공짜 점심’이란 없다. 국민 모두가 뼈아픈 교훈을 가슴에 새기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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