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장가 ‘왕유(王維)’의 당시(唐詩) ‘은거하는 친구 배적에게 부치는 글’은 초가을의 정취를 한 폭 동양화처럼 보여주고 있다.
“차가워진 산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가을 물은 날로 불어가네./ 지팡이 짚고 사립문 밖에서 바람결에 저녁 매미 소리 듣네./ 나루에는 지는 해 남아 있고, 마을엔 외로운 한 가닥 연기 피어오르네(寒山轉蒼翠 秋水日潺湲 倚仗柴門外 臨風聽暮蟬 渡頭餘落日 墟里上孤煙) ….”
이처럼 가을은 세월의 빠름과 유한함을 알게 하면서, 부귀영화에 초탈하는 기개를 갖게도 한다. 조선 중기 문인으로서 이퇴계 윤두서 등 여러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문하에서 김인후 기대승 정철 임제 등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한 송순(宋純)은 시 ‘어부(漁父)’에서 가을에 맞는 세상살이를 이렇게 노래했다.
가을 강 백리가 잔잔하고도 텅 비어서/ 가벼운 거룻배 가는 곳 가만히 들어본다./ 사람들아 미끼에 다투면서 웃지를 말아라/ 위수강가의 낚싯대엔 고기 물리지 않는다(秋江百里正平虛 泛泛輕?聽所如 莫學群兒爭笑餌 渭翕竿下不歸魚).”
세상이 어떻든, 홍진(紅塵)에 물들지 말고 나의 속사람을 채워야겠다. 독서다. 가을은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기에 하는 말이다. 책을 가까이 하는 데 나이가 있을 수 없다.
청나라의 장조(張潮)는 저서 ‘유몽영(幽夢影)’에서 “젊은 시절의 독서는 틈새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책 읽기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을 구경하는 것과 같다”고 했잖은가.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燈火可親:‘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책 읽기에 좋은 가을’을 뜻함.
燈 등 등, 火 불 화, 可 옳을 가, 親 친할 친
燈火可親:‘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책 읽기에 좋은 가을’을 뜻함.
燈 등 등, 火 불 화, 可 옳을 가, 親 친할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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