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 행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리에 연연할 이유가 없고 이사회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다”며 “(주 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제 양심에 비춰 부끄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사회가 사퇴 결정을 내리면 물러나야 하지만, 반대로 재신임을 하면 주도권과 정당성을 갖고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교체 과정에 중대한 왜곡, 조작이 있어 이를 범죄로 판단하고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조직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 개입한 사실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 행장은 “(임 회장의 개입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거론했다”며 “원래는 변호사들이 제시한 고발장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됐지만 고발 과정에서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과 화해 못 할 일은 없다”고 덧붙였지만 두 사람의 갈등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라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행장은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를 주도한 KB금융과 은행 IT임원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는 “범죄자를 고발한 것은 내부 갈등이 아닌 조직 기강과 관련된 문제”라며 “내부 감사보고서를 보는 순간 은행장으로서 직을 걸고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산시스템 교체 갈등의 시발점이 된 IBM 측과의 연루설에 대해선 “지난 1월 IBM 측과 만난 적은 있지만 잠깐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IBM에서 받은 메일을 즉시 관련 임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임 회장과 화해하기 위해 참여한 템플스테이에서 또다시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선 “(불교인 임 회장과 달리 기독교인인 제가) 종교적인 이유로 꺼릴 만한 부분은 있었지만 ‘잠자리 문제’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게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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