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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의원님 머릿속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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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1 22:29:48 수정 : 2014-09-01 22: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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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政爭으로 도배질한 ‘세월호’…기억에서 지워지는 “적폐 척결”
무엇으로 나라 바로 세울 건가
‘절망의 땅’ 서아프리카.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에 눈물이 넘쳐흐른다. 피를 토하는 자식, 의식을 잃어가는 부모.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고 공포에 몸을 떤다. 미국 의사 켄트 브랜틀리, 영국 간호사 윌리엄 풀리…. 많은 의료진이 그곳으로 뛰어갔다. 에볼라에 감염돼 본국으로 후송된 의료진의 말이 한결같다. “다시 가겠다.” 그렇게 숨져간 의료진은 120명을 웃돈다. 그들은 왜 그곳으로 가는 걸까. “절망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 분명 이런 생각을 했을 터다. 살아 있는 슈바이처요, 나이팅게일이다.

강호원 논설실장
에볼라와의 싸움, 이길까. 이길 게다. 목숨을 건 많은 슈바이처가 그곳으로 가고, 수많은 나이팅게일이 돕고 있으니. 뜻이 있으면 길은 열린다.

우리 땅에도 눈물이 넘쳐흘렀다.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온 국민이 울었다. 자식 둔 부모들은 제 아들딸을 찬 바다에 두고 온 양 눈물을 한 바가지씩 쏟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 열흘, 한 달을 보냈다. “구해주지 못해 미안해….” 이 한마디에 또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139일, 지금은 어떤가. “피곤하다”고 한다. “대체 뭣들 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까지 한다. 그 말을 하는 이는 펑펑 울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참담하다.

“피곤하다.”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는가. 지긋지긋한 정쟁을 또 보게 되니 그렇다. 숱하게 봐온 이념 갈등, 정치 갈등의 기제가 또 작동한다. “결국 또 그렇게 변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지난 넉 달 보름을 되짚어 보자. 유가족 주변에는 온갖 사람이 모여들었다. 상당수는 과거 때만 되면 정권 심판을 외치던 그 사람들이다.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에서는 어땠는가. 야당도 세월호 참사를 지렛대 삼아 정권 심판론을 내걸었다. 세월호 진상 국정조사특위? 잘될 리 있겠는가. 첫날부터 여야는 뿔뿔이 진도로, 인천으로 갔다. 싹수가 노랗더니 석 달을 입씨름만 하고 청문회 한 번 열지 않은 채 끝냈다. 정쟁 수단으로 변해버린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부여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그 맥이 또 비슷하다. 여야 대표가 두 번이나 뜻을 모았지만 깨진 세월호특별법 합의안. “유가족의 뜻”이라고 한다. 유가족을 둘러싼 사람들이 늘상 봐온 그 사람들이니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리 있겠는가. 야당은 또 길거리로 나섰다. 민의를 모아 의회민주주의를 이끌어가야 할 바로 그 정당이다. 거리로 뛰쳐나간 내막을 들여다 보니 알량한 권력 다툼이 어른거린다. 여당은? 별반 나을 것도 없다.

많은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할 터다. “또 편 가르기냐.” 열 중 예닐곱은 “세월호특별법과 민생·경제법안을 분리 처리하라”고 한다. 무슨 뜻이겠는가.

정작 상처받는 쪽은 유가족이다.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 하지만 정쟁의 중심에 놓여버렸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둘러싼 갑론을박, 보상금을 둘러싼 소리들. 왜 나오겠는가. 정쟁이 낳은 찌꺼기다. “우리가 언제 돈을 바랐느냐.” 많은 유가족은 울분을 터뜨린다. 이런 참담한 일도 없다.

더 참담한 것은 국민이다. 세월호 참사가 던진 화두가 무엇인가. ‘적폐를 뿌리뽑아 깨끗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 그 뜻은 어디로 갔는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정쟁만 있고, 적폐 척결에 대한 말은 없다. 이 나라 정치인이 그렇다. 딴짓만 하니 배는 산으로 간다. “공직 부패를 뿌리뽑을 ‘김영란법 원안’을 처리해 나라 혁신의 기틀을 닦자”고 외치는 의원은 눈 씻고 보려야 볼 수가 없다. 부패 의원들이 줄줄이 수갑을 차니 “정쟁으로 여론을 호도하자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대체 뭣들 하는 것이냐.”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의원들에게 묻게 된다. 부끄럽지 않은가. 청진기와 약을 바리바리 싸 종종걸음으로 죽음의 땅을 향하는 의사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들은 의사요 나는 정치인”이라고 할 텐가. ‘뜻 없는 꾼’을 지도자로 불러야 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슈바이처 지도자’, ‘나이팅게일 정치인’은 없는가.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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