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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만년 야당 만드는 계파주의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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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2 21:26:02 수정 : 2014-09-03 0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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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정국 속 실책연발 새정치聯, 친노 득세로 위기
중도·온건파들 목소리 크게 내야 변화 물꼬 틀 것
영화 ‘명량’은 볼거리가 많다. 탐망꾼 임준영 아내의 처절한 몸짓은 감동적이다. 그녀는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으로 향하는 왜적의 화공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남편을 발견한다. 임준영은 위급 상황을 아군에게 알리라는 신호를 아내에게 보낸다. 울면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치맛자락을 풀어 하늘 높이 흔든다. 장군을 살려야 백성과 나라가 살기에 지아비 목숨을 재촉한 희생적 선택이다.

허범구 정치부장
사익보다 공익이 우선하는 사회는 희망적이다. 뒤바뀌면 미래가 어둡다. 크고 작은 적폐가 공동체를 위협한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시대의 참혹한 경고였다. 수습과 대책이 미진하면 더 큰 재앙이 우려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갖는 중대한 의미다.

정치권은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부족하다. 특별법을 되레 정쟁의 제물로 삼아 치킨게임에 빠져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2일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유족과 3차 면담 파행 후 푸념만 늘어놓았다. 참사 넉 달 반이 지나도록 특별법은 오리무중이다. 식물국회, 국정마비도 몇 달째다. 여권은 무능하고 불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색하고 당·정·청은 게으르다.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제1야당의 역할과 책임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 ‘콩가루 정당’, ‘도로 민주당’이라는 조롱도 지겹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정국에서 줄곧 헛발질하다 나자빠졌다. 여야 합의를 연거푸 걷어찬 것은 역대급 실책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자리 고수는 또다른 악수였다. 3자협의체, 장외투쟁은 고유한 협상 권리와 의무를 저버린 자포자기적 분풀이였다.

당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계파주의 탓이다. 계파주의는 당보다 계파가 먼저다. 전체 국민보다 골수 지지층이 중시된다. 최대 계파는 ‘친노’(친노무현)다. 친노는 2004년 총선으로 열린우리당 주류가 된 뒤 계파 이해를 앞세우며 당권을 좌지우지해왔다. 486·시민단체 출신을 거느리며 대여 투쟁을 주도했다. ‘친노강경파’는 한 단어가 됐다. 그동안 당은 모든 선거에서 패하며 ‘만년 야당’으로 전락했다.

친노의 위세는 세월호 정국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합의파기와 단식농성, 장외투쟁은 그들 작품이었다. 문재인 의원은 ‘감독’으로 지목됐다.

친노는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다. 세월호 강공도 그 일환이다. 집토끼 결속의 의도가 다분하다. 민심을 거스른 길거리 정치의 대가로 당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다. 지난달 4일 의원총회에서 104명은 7·30 재보선 참패를 반성하며 ‘무당무사’(無黨無私·당이 없으면 개인도 없다)의 정신을 결의했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정반대인 무사무당(無私無黨)의 모습이다. 계파주의 적폐가 의원 130명의 공동체를 질식시키고 있는 셈이다. 조경태 의원은 “강경파가 득세하면 나라 망한다는 말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는 길은 자명하다. 첫째도, 둘째도 계파주의 청산이다. 그래야 당을 재건하고 중도층을 포섭해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다. 집권 해법이기도 하다. 관건은 친노가 달라지는 것인데, 가능성은 희박하다. “말로만 반성하기 때문”이라고 한 비노 인사는 꼬집었다. 친노가 두 번이나 ‘폐족’을 자처했던 기억을 잊은 지 오래다.

대안은 온건파가 힘을 내는 것이다. 이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중도 지향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친노 압박에 굴복해 강경으로 치닫다가 물러난 게 엊그제 일이다. 한 중진 의원은 “비노 지도부가 들어서면 끊임없이 흔드는 게 친노”라고 성토했다. 황주홍 의원은 “국가 개조보다 당 개조가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장외투쟁 비토 연판장을 돌린 의원 15명의 거사가 변화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성패는 ‘침묵’하는 다수 의원의 공조에 달렸다. 전날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의 중도 성향 의원에 이어 이날 온건파 10여명이 모인 것은 목소리를 내겠다는 행보다.

극단적 처방인 분당도 있다. 비노가 중도 신당을 차리는 것이다. 2003년 분당의 트라우마가 강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만만치 않다. 김영환 의원은 “당이 셧다운(폐쇄) 위기”라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제1야당이 기로에 섰다.

허범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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