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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50대 5인조 美대륙 명소순례 자동차횡단 화제

입력 : 2014-09-05 13:36:33 수정 : 2014-09-05 13: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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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고 있다면 대륙횡단을 한번쯤 하고 싶다는 ‘로망’을 갖는다. 대륙 횡단을 걷거나 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자동차로 누빈다면 ‘나도 언젠가는…’하고 꿈을 꿔 본다.

그러나 LA-뉴욕 구간은 최단 코스라도 5천마일(약 8천km)이 넘는다. 하루에 1천마일(약 1600km)을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꼬박 닷새가 소요되는 거리다. 그것도 주요 명소들을 빠뜨리지 않고 돈다면 어떨까? 미국인들도 하기 힘든 독특한 컨셉의 대륙횡단을 한국의 50대 사나이 다섯명이 감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의 조성모(55) 화백과 한국서 온 53세 동갑내기 친구 조성칠, 최윤종, 장순백, 장일용 씨 등 5인조는 지난달 1일 로스앤젤레스를 출발, 네바다 아리조나 유타 아이다호 와이오밍 사우스다코다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등 16개 주를 거쳐 17일 뉴욕에 골인했다.

이들의 대륙횡단 주제는 웅대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국립공원 순례였다. 단지 횡단이 목적이 아니라 내로라하는 경관을 만끽하며 대자연의 품에 한껏 빠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운의 사나이들이었다.

요세미티를 비롯, 세콰이아, 데스밸리, 그랜드캐년, 모뉴먼트밸리, 앤틸로우프캐년, 브라이어스캐년, 아치스, 그랜드테튼, 옐로스톤, 데이비스타워 내셔널모뉴먼트, 러시모어 내셔널메모리얼, 배드랜즈 국립공원 등 영국의 BBC방송이 ‘죽기전에 꼭 봐야할 세계 50곳’ 중 5곳이 포함되었다.

한국서 온 네 사람은 부여 공주 서천 등 충남이 고향으로 고교와 대학 동창으로 인연지은 친구들이다. 공교롭게 세 명이 중학교 과학선생님으로 최윤종씨는 부여중학교, 장순백씨는 태안 창기중학교, 장일용씨는 천안 백석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성칠씨는 한국삼공주식회사에서 골프장코스관리팀을 맡고 있지만 역시 대학시절 생물을 전공하며 교사친구들과 40년 가까이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들이 미대륙횡단의 대장정에 나서게 된 것은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던 5년전 한 모임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 지표를 설계해보자’고 뜻을 세운데서 비롯된다.

여름방학과 휴가 등으로 시간을 내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미국경험이 거의 없었고 시차문제가 예상된 멤버들에겐 미국 생활 23년차의 조성모 화백이 없었다면 목표 완수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성칠씨의 바로 위 형이기도 한 조성모 화백에게도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그는 미주한인예술계에서 ‘길의 작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중앙대와 홍대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 강사를 하며 작품활동을 한 그는 92년 도미, 브루클린 프랫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가족을 돌보기 위해 6년간 콜택시회사에서 일을 했다.

밤의 정경과 나무, 숲, 달, 꽃, 건물이 어우러지는 인상적인 길 시리즈를 연속 발표한 그로서 미대륙의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수개월전부터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코스를 확정하고 차량은 포드의 12인승 밴을 렌트했다. 16박중 11일을 캠핑을 했기 때문에 텐트를 아마존에서 주문했고 미 전역의 국립공원을 1년간 제한없이 갈 수 있는 카드도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한명의 뉴요커와 네명의 충청도 남자가 집결한 1일 차를 빌린 후 로스앤젤레스의 한인마트에서 쌀과 김치 등 식료품을 장만했다. 그로부터 16일간 총 이동거리는 5845.7마일(약 9353km). 다행히 하루 평균 600km를 운전하는 동안 작은 사고도 없었고 일정이 어긋나는 일도 없었다. 신기했던 것은 전 일정에 걸쳐 비를 맞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비나 폭풍이라도 만났다면 일정을 소화하기가 힘들었을텐데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 날씨가 좋으니 국립공원의 대자연도 더욱 환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디어로만 접했던 옐로우스톤과 데스밸리, 그랜드캐년, 엔텔로프 캐년 등 미국의 대자연의 웅장함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조성모 화백은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각기 다른 장소에서의 장엄하고 섬세한 자연의 조각상들 앞에 짦은 우리네 삶이 한없이 겸손해짐을 느꼈다. 삶의 흐름 속에 깊은 성찰을 통해 공생하는 모든것에 배려와 사랑을 더 깊이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고 토로했다.

장일용 씨는 “너무나 잘 보존된 미국의 자연을 보면서 지도자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루즈벨트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들이 자연보호를 위해 확고한 신념이 않았다면 이런 아름다움을 후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누렸겠느냐”고 말했다.

조성칠 씨는 “박정희대통령때는 산불이 나면 군수부터 잘렸다. 그린벨트같은 것도 엄청 잘 한거다. 특이한게 국립공원마다 다르더라. 그랜드캐년은 웅장하고 침식작용이 더 된 브라이스 캐년의 첨탑은 신비로왔다. 시카고 인근의 배드랜즈 국립공원 쓸모없다고 황량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작으면서 개성적이었다”고 평했다.

남미를 제외한 세계일주를 해보았다는 장순백씨는 미대륙을 보며 중국대륙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계절이나 지형 식생이 비슷한데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보존을 위한 관리가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윤종씨도 “평상시 애들한테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사느냐다. 한국에선 사람이 먼저다. 자연과 땅을 생각하면 사는 자세가 아쉽다. 땅도 좁은 우리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존하려면 더욱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자연외에도 와이오밍의 작은 마을 ‘포트 코디’와 세계 빌딩의 전시장이라는 시카고의 다운타운과 마지막 일정인 뉴욕 맨해튼의 숨막히는 야경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2012년 버려진 컴퓨터 부품을 이용해 만든 초대형 조형물 ‘자연과 문명의 대화’로 화제를 모았던 조성모 화백은 “자연과 문명의 스킨십에서 빚어지는 긍정과 부정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는 나로서 이번 대륙횡단 경험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세계로 인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주 먼로의 산장같은 조 화백 자택에서 석별의 밤을 보낸 이들은 “또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알래스카부터 플로리다까지 북미대륙 종단을 하고 싶다”며 파안대소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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