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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보름달을 보며(十五夜望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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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5 20:03:37 수정 : 2014-09-05 20: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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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滿月), 곧 보름달은 매달 한 번씩 떠오른다.

음력으로 1월은 상원(上元), 7월은 중원(中元)이라고 하고 10월은 하원(下元)이라고 한다. 조상들은 이 세 번의 보름을 합해 ‘삼원(三元)’이라고 불렀다. 이 가운데 상원, 곧 정월대보름달을 향해선 봄 농사를 준비하며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을 실었다.

팔월보름은 한가위,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이다.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 고향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의 상징이다. 당나라 때 왕건(王建)의 시 ‘보름날 밤 달을 보며(十五夜望月寄杜郞中)’는 그러한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 이 밤 밝은 달을 세상사람 모두가 바라볼 텐데/ 시름겨워하는 이 그 누구일까(今夜月明人盡望 不知秋思落誰家).”

같은 당 시대 시인으로서 정밀 화려한 시풍을 자랑하는 이상은(李商隱)의 시 ‘달(月)’을 감상해보자. “물 건너고 집안까지 달빛 마냥 밝고/ 사람과 나무 감싸고 멀리까지 밝구나/ 초승달 그믐달을 사람들은 공연스레 서글퍼하지만/ 둥근달 휘영청 밝을 때 어디 정답기만 하던가(過水穿樓觸處明 藏人帶樹遠含淸 初生欲缺虛?? 未必圓時卽有情).”

‘시선(詩仙)’ 이태백의 시를 빼놓을 수 없다. ‘술잔 잡고 달에 묻다(把酒問月)’이다. “옛 사람 금세 사람 흐르는 물 같지만, 밝은 달 보며 느끼기는 이와 다름없으리(古人今人若流水 共看明月皆如此) 오직 바라노니 노래하고 술 마시며 놀 때, 달빛이여 술항아리 속까지 오래 비추어라(唯願當歌對酒時 月光長照金樽裏).”

이틀 있으면 팔월대보름, 추석이다. 하늘에 뜬 달을 보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새기고, 산봉우리에 걸친 달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한들 어떠리. 물속에 잠긴 달을 만나거든 외로움의 눈물을 실컷 흘려도 좋고, 때로는 희로애락을 안주 삼아 술잔에 달을 띄워 마셔도 보자.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끼리 품은 마음속의 달은 태양보다 찬란할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만월(滿月)같이 모두들 넉넉했으면 좋겠다. 달님, 소원성취 들어주소서!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十五夜望月:‘보름날 밤 달을 본다’는 뜻.

十 열 십, 五 다섯 오, 夜 밤 야, 望 바랄 망, 月 달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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