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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부여의 전통 명소 부소산성·궁남지

입력 : 2014-09-11 19:16:48 수정 : 2014-09-11 23: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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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 연꽃으로 피어나다
우리 왕조 흥망사에서 백제의 멸망은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5000명의 결사대와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맞은 계백,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던 3000명의 궁녀만큼 가슴 저리도록 망국의 아픔을 전해주는 이야기가 있을까. 이들의 자취가 서린 낙화암, 부소산성 등 전통의 명소들은 실제 가보지 않았어도 가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익숙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어릴 적 교과서에서부터 수없이 보고 들어왔던 장소여서 그럴 것이다.

부여 사비성은 이중으로 쌓인 복성(複城)이었다. 능산리고분에서 보이는 성곽이 외성이고, 부소산성이 내성이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부여에서 아직도 왕궁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황상 부소산 남쪽 기슭에 자리했던 게 분명한데, 여러 차례 정밀 발굴을 했어도 왕궁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문화해설사 이구헌씨의 설명이다.

백마강 황포돛배 위에서 바라본 낙화암.
부소산은 높이 106m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쪽 사면이 낙화암을 통해 백마강과 접해 있어 체감 높이는 훨씬 더 높게 느껴진다. 사비 백제의 대표 유적이 몰려 있는 부소산성은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도 그만이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데, 완만한 능선을 따라 숲이 울창해 금세 기분이 청신해진다.

부소산성에는 우리 귀에 익숙지 않은 유적도 하나둘이 아니다. 입구인 사비문을 통과하면 삼충사라는 사당이 가장 먼저 나온다. 백제 말 충신인 성충·흥수·계백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다. 이어 해를 맞을 수 있는 영일루, 곡식창고가 있었던 군창터, 정상에 서 있는 사자루 등을 거치면 낙화암에 이르게 된다.

한여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궁남지의 연꽃.
조선시대 궁녀가 많아야 600명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백제 의자왕의 궁녀가 3000명이나 됐을까. 삼국사기의 기록은 과장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낙화암 정상에는 육각형의 정자 ‘백화정’이 세워져 있다. 궁녀들이 원혼을 달래기 위해 1929년에 세워졌다. 낙화암 아래를 흐르는 ‘금강’이 바로 백마강이다. 낙화암 아래에는 한 번 먹을 때마다 3년씩 젊어진다는 약수로 유명한 고란사가 있다. 고란사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사비문과 가까운 구드래 나루터로 돌아올 수 있다.

단아한 백제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정림사지 5층석탑.
정림사지와 궁남지도 부여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정림사지에는 5층석탑(국보 제9호)과 석불좌상(보물 제108호)이 일직선상에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으로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궁남지는 수양버들과 어우러지는 정취가 일품이다. 유명한 연꽃 명소로, 이즈음도 활짝 핀 연꽃이 뜨문뜨문 눈에 띈다. 궁남지까지 살피면 사비성 내의 유적은 모두 돌아보는 셈이다.

부여 궁남지는 사비성의 이궁지로도 추정된다. 한여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연꽃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파란 하늘과 수양버들이 어우러진 초가을 정취도 그야말로 일품이다.
다시 사비성 밖으로 나오면 백제 역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도 둘러볼 만한 곳이 여럿 남아 있다. 천연기념물 제320호인 주암리 은행나무는 백제 성왕 16년(538년)에 심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왕조가 망할 때마다 칡넝쿨이 은행나무를 감아 나라의 불운을 예언했다고 한다.

미암사 초입에 도열해 있는 불상들.
길이 30m에 달하는 미암사 와불. 바로 옆에 쌀바위가 있다.
백제시대에 창건된 미암사는 바로 앞에 쌀바위가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지나친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쌀바위 앞에는 지금 길이 30m에 달하는 거대 와불이 조성돼 있다. 부여의 서쪽 끝인 외산면에 자리한 무량사는 통일신라시대 때 처음 지어진 절집으로, 보물 제356호인 극락전만으로도 찾을 만한 곳이다. 극락전은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은 2층 불전으로,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부여=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041)=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공주·서천고속도로→부여나들목 순으로 가면 된다. 17년 동안 조성해 2010년 개장한 백제문화단지에는 사비궁과 능사 등이 재현돼 있다. 부소산성과 정림사지 주변에 모텔이 여러 개 있다. 구드래나루터 인근에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구드래돌쌈밥’(836-9259)은 다양한 쌈밥으로 널리 알려졌고, ‘장원막국수’(835-6561)는 막국수로 유명하다. ‘부소산 칼국수’(835-9192)는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하고, 조미료를 넣지 않아 깔끔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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