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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지록위마(指鹿爲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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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2 20:51:35 수정 : 2014-09-12 20: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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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이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손바닥으로, 본인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신만의 하늘은 가릴 수 있을 것이다. 죄악의 과거사를 부인하고 있는 요즘 일본의 행태에 들어맞는 말이라 하겠다. 정신대, 이른바 ‘성노예’ 강제 동원 부정, 독도 도발과 교과서 왜곡 등 극우노선을 취하고 있는 일본은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을까. 그들의 의도와 달리 유엔과 유럽연합, 미국 의회 등 ‘세계의 양심’은 일본의 반인륜, 반도덕적 범죄에 지탄과 함께 참회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나섰다. 그는 “사실은 사실이며 공리는 공리인데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언행은 헛수고이고, 자신과 남을 모두 속이는 것”이라면서 일본 지도자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고사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빗댄 말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의미로서 흑백을 뒤바꾸어 지칭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짓으로 통용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시황(秦始皇)이 병으로 죽자 환관 조고(趙高)는 후궁 소생 호해(胡亥)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고 적장자 부소(扶蘇)에게는 죽음을 내린다. 승상이 된 조고는 호해를 마음대로 부린다. 자신이 황제가 되려고 반란을 꾀했으나 군신들이 자기를 따르게 될지 염려됐다. 그래서 사람들을 떠보기 위해 사슴을 가져다가 황제 호해에게 바치며, “이것이 말이옵니다”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잠자코 있고, 어떤 이는 조고의 편을 들어 말이라고 하고, 혹은 정직하게 사슴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은 모조리 감옥에 넣었다. 훗날, 조고는 부소의 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진나라는 곧 멸망하게 된다.

검은 것을 하얗다고 강변하면서 진실 은폐에 급급해 하는 일본! 반성이 없다면 환관 조고와 단명한 제국 진나라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의미로서 흑백을 뒤바꾸어 지칭한다’는 뜻.

指 가리킬 지, 鹿 사슴 녹, 爲 할 위, 馬 말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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