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태현칼럼] 개발원조의 함정

관련이슈 김태현 칼럼

입력 : 2014-09-14 21:40:10 수정 : 2014-09-14 21:52: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격 높이는 원조 열등감 주면 안돼
보상 심리·적선 등 이기심 경계를
개발원조란 잘 사는 나라가 못 사는 나라를 잘 살도록 경제적으로 돕는 것을 말한다. 그것을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지원할 때 공적개발원조(ODA)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잘 사는 나라의 클럽’이고 그중에 개발원조위원회(DAC)가 있다. 1996년 OECD 회원국이 된 우리나라는 2010년 DAC 회원국이 됐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최초의 사례다.

이에 따라 2009년 8억달러 남짓하던 우리나라의 ODA 공여액은 2013년 17억4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총 국민소득의 0.15%에 달하는 이 금액을 0.25%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고 세계에 대한 약속이니 조만간 30억달러에 이르고 3조원이 넘을 것이다. 이 막대한 액수의 국민세금을 왜 개발원조에 사용하는 것인가.

김태현 중앙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
물론 국가이익을 위해서다. 196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는 미국 대외원조의 최대 수원국이었다. 군사적 지원을 통해 외부의 침공을 억지하고, 경제적 지원을 통해 내부로부터의 전복을 방지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공산화를 막는 것이 냉전 당시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60년,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의 국가이익은 무엇인가.

우선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이다. 개발원조는 유용한 외교적 수단이다. 액수와 시기를 조절해 수원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정치, 경제, 외교적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이나 장기적인 이익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수원국의 호감을 증진시키고 이를 통해 양국 사이의 우호를 증진한다. 또한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이다. 인류공영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이다. 국격은 곧 국력이자 국익이다.

그런데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분명하거나 쉽지 않다.

첫째, 개발원조라면 개발의 촉진이라는 본령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때로는 부패를 가져오고, 때로는 원조를 당연시하고 그에 의존해 자력을 통한 발전의 의지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성장의 길에 들어선 것은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원조가 줄어들면서였다.

둘째, 개발원조를 통해 우호를 증진하고 국격을 높인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우호와 국격은 마음의 문제인데,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받는 사람이 원조를 당연시하는, 심하게 말하면 곧 ‘거지근성’의 함정이다. 그럴 때 원조를 통해 호감을 사고 우호관계를 증진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동냥을 준다고 고마워하면 거지가 아닌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는 사람 마음속 함정이다. 우리말에서 동냥을 주는 것을 적선한다고 한다. 이생에서 착한 일을 해 내생의 나은 삶을 기대하는 것이니 이기적 동기다. 이기적 동기에 상대가 고마워하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휴브리스(hubris)라는 단어가 있다. 남에 비해 자신을 우월한 위치에 놓고 그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이르는 말이다. 자수성가하여, 어려웠던 과거를 보상받고 싶은 사람일수록 강하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상대를 열등한 위치에 놓는 것이니 상대의 마음이 흔쾌할 리 없다.

필자는 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2년째 개발협력사업을 하고 있다. 가끔 개도국의 열악한 환경이 견디기 어려울 때 자문한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적선한다는 이기심에서인가. 어려웠던 과거에 대한 보상심리인가. 자수성가한 나라 국민의 자부심, 또는 우쭐함인가. 공명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그 어느 것도 세금 값을 못할 것이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