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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 승부조작' 태권도협회 임원 등 무더기 적발

입력 : 2014-09-15 13:33:12 수정 : 2014-09-15 13: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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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태권도협회가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대표선수 선발전에서 특정 선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하려고 승부를 조작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지난 5년 간 임원들이 수십억원대 협회 운영비를 횡령한 사실도 발각됐다.

경찰청은 시합 전에 상대편 학부모의 청탁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서울시태권도협회 전무 김모(45) 등 7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작년 5월28일 태권도 관장 전모(47)씨가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대표선수 선발전에 나간 아들이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졌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지자 협회의 승부 조작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김씨는 같은 해 5월7일께 충북의 한 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이자 고교 핀급선수의 아버지인 최모(48)씨와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모(45)씨의 청탁을 받고 전국체전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승부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부 조작은 기술심의의장 김모(62)씨와 심판위원장 노모(43)씨, 심판부위원장 최모(49)씨의 부탁을 받은 주심 최모(47)씨가 경고 8개를 남발해 반칙패를 당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찰에 따르면 주심 최씨는 경기 당일 약 2시간 전 부위원장인 최씨로부터 승부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고 3분 3회전으로 치뤄지는 시합이 시작된 지 14초 만에 자살한 전씨의 아들에게 경고를 내렸다.

그러고선 3회전 종료 50초를 남겨놓고 경고 6번을 내렸고, 막판 승부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는 깃발까지 올렸다. 이 깃발은 2회 사용시 경고 1번으로 인정하는데, 이미 전씨의 아들은 예선전 때 한 차례 깃발을 사용한 적이 있다. 결국 경고 8개로 반칙패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주심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5번째와 7번째 경고는 주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이들은 학연에 의해 평소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로 승부를 조작해 준 대가로 학부모 최씨와 중학교 태권도 감독 송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 서울시태권도협회 진상조사위원회는 주심의 경기운영 미숙은 인정되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해 주심 최씨만 서울시상임심판 자격에서 제명하고, 나머지 임원들은 보직 사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었다.

이번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울시태권도협회의 비리도 대거 드러났다.

협회장 임모(61)씨 등은 2009년 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허위로 활동보고서를 작성해 40명에게 약 11억원을 부당 지급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입건됐다.

이 활동비는 비상근 임원들이 협회와 관련된 활동을 해야만 지급토록 규정돼있다.

협회 사무차장 진모(43)씨도 모 고교 태권도코치의 취업대가로 5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심판위원장이 심판 배정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심판이 주된 수입원인 경우 부정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여건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태권도에 전자호구제가 도입된 후에는 심판이 특정선수에게 경고를 주어 도와주고 있다"고 실토했다.

또 "서울시 태권도협회뿐만 아니라 지방태권도협회에도 승부조작건은 비일비재하고 학연이나 지연을 통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일당 6만∼8만 원 정도 받는 심판이 눈 밖에 나면 (심판으로) 불러주지도 않고 어느 순간에 잘려 버려 소신 있는 판정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비리에 대해 계속 첩보를 수집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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