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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삼복백규(三復白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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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5 21:44:41 수정 : 2014-09-16 00: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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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는 말(言)이 있는 반면 서로 눈을 흘기게 하는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는 말이 있다. ‘말’을 중요시한 데에는 동서고금의 차이가 없지만, 특히 유교 문화권에서는 집요하리 만큼 말조심을 강조했다. 진(晉)의 학자 부현(傅玄)은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病從口入 禍從口出)”라고 했다.

공자는 신중한 언어를 군자의 덕목으로 삼았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남용이 백규란 내용의 시를 하루에 세 번 반복하니 공자가 자신의 형님의 딸을 그에게 아내로 삼도록 했다(南容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 남용은 공자의 제자이고, 그가 반복한 시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다. “흰 구슬의 티는 오히려 갈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 할 수 없네(白圭之? 尙可磨也 斯言之? 不可爲也).” 남용이 이 내용을 하루 세 번 반복할 정도이니, 그가 얼마나 말을 조심스럽게 했는가를 알 수 있다. ‘논어’에는 말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 많이 나온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행동은 민첩하게 해야 한다(君子 訥於言而 敏於行).”, “군자는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君子 恥其言而過其行).”,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駟不及舌)” 등을 꼽을 수 있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으로 그렇지 않아도 꼬인 정국이 더욱 경색되고 있다. 일파만파다. 불교 ‘잡보장경(雜寶藏經)’의 무재칠시(無財七施 : 재산 없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에 “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는 ‘언시(言施)’가 들어 있다. 그렇다. 지혜로운 혀는 세상을 선하게 하고, 어리석은 혀는 제 몸을 베는 법이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으라는 경구도 그래서 나왔다. 9㎝밖에 안 되는 혀가 90평생을 좌우한다. 훌륭한 말을 남기라는 뜻의 ‘입언(立言)’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자.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三復白圭:‘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신중하게 하라’는 뜻.

三 석 삼, 復 반복할 복, 白 흰 백, 圭 홀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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