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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한국외교, 주체와 균형 잡기 실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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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5 21:49:55 수정 : 2014-09-15 21: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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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행보, 日 문화부흥 속내 담겨
상생·평화 위해 균형외교 펼쳐야
한국 외교의 중국 편중현상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편중이라는 말 속에는 미국과의 소원보다는 특히 일본과의 악화를 내포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하였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일본과는 현 정부 들어 아직 어떤 우호적인 교섭과 협상도 없다. 도리어 독도 영토문제 및 위안부문제 등을 통해 드러난 양국 간의 역사해석과 견해 차이가 너무 커서 미래도 불투명한 편이다. 한·일 간의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1964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한·일 간의 관계가 미증유의 냉기류에 빠져들자 중간에서 당황해하는 것은 미국. 그동안 한·미·일 공조와 군사동맹을 통해 자유 민주진영을 수호한 미국으로서는 하루빨리 관계개선을 양국 정부 지도자들에게 요구하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도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처음엔 아베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등으로 악화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추궁했으나 과거사 사과 및 위안부문제 등으로 한국 측이 완강해지니까 이번에 한국이 너무 뻣뻣하지 않은가라고 입장을 바꾸었다. 그러다가 다시 아베내각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밀어주고, 북한과의 전격적인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이면서 극우로 치달으니까 다시 일본 측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입장이다.

미국 오바마 정권은 아시아정책에서의 쇠퇴와 세계 분쟁지역에 군사개입 자제 등 전반적인 신보수주의 경향으로 세계 외교전선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런 와중에 한·중·일이 현재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한·일관계를 끌고 간다는 것은 양국에 다 손실이다. 일본은 ‘지는 해’이고, 중국은 ‘뜨는 해’라 하지만 이는 속단이다. 일본의 막강한 문화능력이 하루아침에 사그라질 수 없듯이 중국의 문화능력이 종합적으로 하루아침에 세계의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인은 이상하게도 중국에는 사대하거나 과대평가하면서 일본은 얕잡아보거나 과소평가하는 문화적 경향이 있었다. 이는 일본 식민지시대 콤플렉스의 발로이면서 동시에 조선 중기까지 일본에 선진문화를 전해준 문화시혜자로서의 자존심이 이중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의 근대문화능력에 대해서 한국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 서구문명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은 그들의 손으로 번역하고 토착화시켜서 ‘아시아의 유럽’으로서 선진국을 구가했다. 한국과 중국이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모든 근대적 문화기술용어들은 일본이 번역한 것이고, 한자문화권의 문화총량을 토대로 서양근대문명을 해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국가가 일본이다.

오늘날 한국이 반도체를 비롯하여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 전자산업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고, 자동차산업을 비롯하여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일본을 앞지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산업과 금융, 문화예술분야에서는 아직도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일본이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세계 최고 선진국가인 미국과 태평양전쟁을 수행한 나라이다. 일본은 100년 전에 이미 자신의 독자적인 철학과 문화의 인프라를 구축한 나라였다. 일본 과학자들은 해마다 노벨상을 수상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국민총생산에서 일본을 추월하였고, 2020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경제와 영토에서 전략적인 충돌을 하고 있다. 중국의 양과 일본의 질은 한동안 경쟁할 것이다. 일본은 지난 ‘잃어버린 20년’(경기불황과 정치불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문화총동원을 하고 있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의 행보가 단순하게 대중적 인기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원전사태로 촉발된 일본국가의 위기의식을 깔고 있다. 아베 내각의 역사수정주의와 평화헌법제체 부정 및 새 해석시도는 일본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복선을 깔고 있는 것이고, 또한 종래의 보수적인 방식으로는 일본 문화의 부흥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동북아시아는 현재 경제·무역상으로는 더욱더 상호의존도가 증가되는 반면에 정치·이데올로기적으로는 이상하게 서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두고 ‘아시아패러독스’라고 말한다.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두 중추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현재 패권경쟁 중이다. 그 사이에 한국이 있다. 한국이 과거와 같이 형편없는 국력이라면 분명히 강대국 뒷거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력도 지금은 세계 10∼15권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지렛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게 사실이다.

이런 때에 일본이든, 중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한 나라에 쏠림현상은 금물이다. 또 균형을 잡을 때 주변국에서 국익을 챙길 수도 있다. 밖으로는 세력균형의 중심역할을 하면서 안으로는 남북한 통일을 달성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기회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원래 가까운 나라끼리는 전쟁과 평화를 번갈아 가면서 살기 마련이다. 영국과 프랑스, 프랑스와 독일은 오랜 전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날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이들 나라와 비슷한 것이 아시아의 일본과 한국, 한국과 중국이다. 전쟁과 평화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유지하는 시기의 지도자들은 현명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전쟁과 지배로 인한 원수관계를 기억하기보다는 미래의 상생과 평화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늘 지도자의 임무이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늦었지만 올 연말까지라도 양국 국회의원과 정치지도자들이 정치력을 발휘하여 서로 친선방문도 하고, 양국의 국가발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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