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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힘과 미학들이 충돌
춤·의상·무대 대결코드 다양… 볼거리도 풍성
“당황스러웠어요.”

국립무용단 무용수 송설과 조현주는 새 작품 ‘토너먼트’에 대해 ‘당황’이란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일단 처음 작품을 받았을 때 그랬다. 의상과 마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연습이 거듭될수록 ‘당황’은 ‘기대’로 바뀌었다. 공연을 닷새 앞둔 1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무대에서 춤과 함께 음악, 조명, 의상이 모두 어우러지면 어떤 모습일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토너먼트’에서 인간계 왕 역할을 맡은 송설(오른쪽)과 중간계 여왕을 맡은 조현주가 서로 겨루는 듯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국립무용단이 17∼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신작 ‘토너먼트’는 여러 면에서 새롭다. 이 작품의 핵심은 대결. 케이블채널 엠넷의 ‘댄싱9’에서 댄스배틀 형식을 차용했다. 무용단 측은 ‘불꽃 튀는 춤의 전쟁’, ‘두 안무가의 자존심을 건 안무 대결’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운다.

“남성무용수가 무대에 오를 때는 짙푸른 파도가 밀려들어오는 듯 하다가 여성 무용수가 나타나면 붉은 불꽃이 일렁이며 번지는 것 같을 겁니다.”(송설)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은 서로 다른 힘과 미학들이 충돌한다. 여성 무용수 16명, 남성 16명이 양진영을 이룬다. 여성무용수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붉은 옷을 입고 춤춘다. 남성 무용수는 파란 옷을 입고 전통 타악기 장단에 몸을 맡긴다. 무대는 여성 진영의 체스, 남성 진영의 장기 무늬로 꾸며졌다. 작품의 줄거리는 정복욕에 눈 먼 인간계 왕이 천상으로 가는 통로를 지키는 중간계 왕국과 전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남성 무용수가 인간계, 여성 무용수가 중간계를 연기한다. 송설이 인간계 왕, 조현주는 중간계 여왕이다.

당연히 춤도 대비된다. 한국 무용계에서는 드물게도 ‘토너먼트’는 안무가 두 명이 각기 다른 춤을 선보인다. 여성의 춤은 현대무용 안무가 안성수, 남성의 춤은 국립무용단 윤성주 예술감독이 안무했다.

“여성 무용수 춤의 핵심은 동작이 빠르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섬세하고 선이 아름다워요. 유려하죠. 빠르면서도 곡선을 활용한 몸동작이 많아요.”(조현주)

“남성의 춤은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선이 굵고 묵직해요. 이번에 애크러배틱, 체조도 배우고, 검무도 연습했어요. 맨손으로 우리나라 활법을 이용한 동작을 표현해요.”(송설)

‘토너먼트’는 고고하고 추상적인 동작으로 관객을 갸웃거리게 만들기보다 쉽게 이해하며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그렇다고 춤 추기가 쉬운 건 아니다. 조현주는 “한국무용은 동작에 호흡이 들어가는 쉼표가 있는데 이번 안무는 한국무용의 동작을 가져오면서도 쉼표 없이 빠르게 동작 위주로 가서 어려웠다”고 말한다. 송설 역시 “이번에 쓰인 전통 장단이 변주가 많아 기존처럼 ‘넷에 동작 들어가고 여섯에 들어가고’ 식으로 하기가 힘들고 장단이 들렸다 안 들렸다 헷갈린다”며 “관객들도 전통 장단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분장실에서 미리 본 의상도 파격적이었다. 남성은 전통적 장군·병사의 복식, 여성은 서양 고전복식에서 형태를 빌린 의상으로 기존 한국무용 의상과 전연 달랐다. 몸의 서너 배쯤 되게 패티코트로 부풀린 하의, 공작 날개처럼 하늘로 치솟은 상의 깃, 책받침 같은 모자 등 형태가 과장되고 극대화된 옷들이었다. 옷만 봐도 각자 역할을 단숨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들은 “춤부터 무대, 의상까지 모든 요소를 대치해 놨기에 눈을 사로잡는 요소가 아주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작품은 새로운 시도예요. 이렇게 대규모로 시도하기는 민간단체에서는 힘들죠. 관객이 어떻게 느낄지 저희도 궁금해요. 이 작품이 호평 받는다면 앞으로 이를 더 넘어선 시도를 할 수 있을 테고, 너무 과하다는 반응이 나오면 절충해야겠죠.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해보고 깨지는 게 낫잖아요?”(송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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