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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데 부모 학력이 무슨 상관이죠"

입력 : 2014-09-15 19:37:22 수정 : 2014-09-29 18: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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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지원서를 쓸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요.”

대학 졸업 후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8)씨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보다 더 고민스러운 것이 있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대학 때부터 새 아버지, 성이 다른 동생들과 화목하게 살고 있지만 입사지원서의 ‘가족사항’ 항목을 작성할 때면 김씨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면접 때 가족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아 곤혹스러웠다는 김씨는 “취업하면 일은 내가 하는 것인데, 가족관계를 반드시 적으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계일보가 15일 9월 상반기 채용공고를 낸 21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약 33%에 해당하는 7곳에서 각각 부모의 학력, 동거 여부 등을 수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이 사원 채용 시 받는 입사지원서에 부모형제 등 가족의 최종학력과 직업, 직위 등을 적는 것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기업이 이런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GS리테일과 한라건설 등은 가족의 이름·생년월일·학력·직업 등을 모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두산그룹도 직계가족에 대한 정보를 일부 수집했다.

취업준비생들은 기업에서 가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며 부모의 사회적 지위 등을 밝히라고 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구직자들은 이런 관행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시작한 장모(26)씨는 “아버지와 오빠의 취업 여부 같은 정보가 취직하는 데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고위층 자제가 지원하면 이득을 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이런 건 안 써도 되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그러다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만류해 포기했다”다고 말했다.

모 대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인적사항에 대해 물어봤다는 박모(25·여)씨도 “담당자가 ‘입사를 하고 싶으면 성실하게 지원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답변해 왔다”며 “요즘 같은 취업난에 불안해서라도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를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신상을 확인하려는 것뿐이라 이런 정보가 서류심사나 향후 전형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며 “입사가 결정되지 않은 지원자의 자료는 전부 폐기처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입사지원서에 가족사항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법으로 금지하는 곳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 컨설팅 전문가는 “기업에서 부당하게 많은 정보를 요구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이는 ‘을’의 입장인 지원자들이 감내하기 어렵다”며 “좀 더 명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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