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를 들어본즉 세무신고를 하는 세무사 사무실의 사무장이 세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신고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었다. 그의 매출처인 거래 상대방이 부도가 나자 일을 해주고 받지 못한 금액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였다. 부도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그 금액을 대손금으로 처리해 해당 사업연도 필요경비로 공제받으면 되게끔 세법에는 규정돼 있다. 그런데 사무장은 세법을 잘못 해석해 공제를 못 받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부도난 금액만큼을 원자재 구입비라는 항목으로 계상해 비용화하는 무모한 짓을 했다. 세금계산서 등의 근거 없이 계상했기 때문이다. 세무서는 당연히 소명할 것을 통보했다.
문제가 터졌다. 사무장은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신고해 필요경비를 불산입한 후 대손금이 확정되면 경정청구해 필요경비로 산입하면 될 것을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당시 의뢰인인 그는 외국 출장 중에 벌어진 일이라 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사실을 알고 직접 세무서에 들어가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나 세무서장은 가공의 비용을 만들어 필요경비를 과다하게 공제받았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추징함과 아울러 조세포탈죄로 그를 고발했다. 사건의 내막은 그것이 전부였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그는 근무하던 회사를 나올 때 조금만 벌 수 있으면 만족하며 살겠다고 했던 것이 의외로 매출액이 커지면서 조금씩 사업을 키워오고 있었다. 특허를 가진 기술이 있고 엔지니어 출신이니 사업은 잘되는 편이었다. 외국의 공사에도 자신의 기술이 필요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 시간이 너무 괴로워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세금이 이렇게 무섭게 다가올지 미처 몰랐던 모양이었다. 지금은 세무사를 교체해 ‘법대로 하라’며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변호사는 세금을 모르고 세무사는 인맥으로 어떻게만 해보려고 하고. 납세자는 이래저래 힘이 든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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