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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소통으로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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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6 23:02:41 수정 : 2014-09-16 23: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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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銀 통합‘골든타임’ 놓치면 노사 양측에 손해
실리적 접근해야 현재 위기 벗어나
세계경제포럼(WEF)은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를 세계 73위, 은행 건전성을 122위로 진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후진국형 금융시스템’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전년도의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쳤고, 10대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글로벌 1000대 은행 평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의 실적 부진은 과거 위기와 같이 대규모 대손비용 발생에 의한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 예대 마진 축소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 부문의 이슈로 장기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국내 은행산업이 구조적인 위기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회생을 결정짓는 것은 내부 자각에서 출발한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대규모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수단이 돼버린다. 이는 그동안 숱한 사례에서 증명돼왔다. 과거 닛산자동차는 1990년대 말 북미 투자의 실패와 기업 경쟁력 하락의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에 의해 15%가 넘는 인력을 감축당하고서야 겨우 실적이 회복될 수 있었다. 일본항공(JAL)도 계속된 수익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력 회생의 기회를 놓치고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을 긴급수혈한 다음 1년 만에 3분의 1이 넘는 인력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제록스, 코닥, 노키아 등 업계 최고의 경쟁력과 기술을 보유하고도 환경 변화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실적 부진의 나락에서 끝내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 조기통합 작업을 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자구책은 과연 불가피한 선택이었나를 놓고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외환 두 은행의 조기통합작업은 경영진과 노조의 대립으로 극도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7월 초 조기통합이 처음 거론됐을 때 외부시장의 반응과 노조의 반응은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이상혁 경제부장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경영진과 노조의 서로 다른 셈법이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면서 은행 수익기반이 급격히 와해되고 있다. 노사가 진지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같이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과거의 합의서만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며 법률 소송을 불사할 기세는 잘못된 태도이다. 집안 꼴이야 어찌 됐든 내 말만 따르라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강압도 절대 용인될 수 없는 태도다. 위기 상황에 대한 시각차는 어디에서나 있게 마련이다. ‘적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위기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위기를 과장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에는 모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직원의 고용 안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는 고용 안정을 위해서라면 기업 실적 따위는 내팽개쳐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협상은 유연하고 실리적인 전략으로 임해야 서로가 만족하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협상을 통해 고용 안정과 실적 개선을 모두 이끌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협상 자체를 아예 거부하거나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노조에 엄포를 놓는다든가 무더기 징계를 철회하라며 경영진을 고소하는 일련의 악순환으로는 위기 극복은 꿈도 꿀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지켜보면서 대화와 소통에 목말라 있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화를 위한 충분한 명분과 성의 있는 협상 태도가 전제돼야 함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지루한 법률적 투쟁이나 무책임한 정치적 해결책에 목숨 걸고 허송세월할 경우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금 두 은행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대화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이다. 가장 기본적인 판단의 문제를 외부의 힘에 의존하고 상대방을 배척하려는 것은 경영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해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소통’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이다.

이상혁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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