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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꿈을 꾸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고향인 대구에서 3일 계획으로 택시운전을 시작했다. 이른바 민생탐방이다. 경기도지사 생활을 8년간이나 했으면 서민의 삶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텐데도 새삼 민생체험에 나섰다. 택시운전이 시민의 생활과 도시를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단다.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듯이 서민체험도 밥 먹듯 한다. 서민체험의 단골메뉴로는 택시기사가 으뜸이다. 인터넷에서 ‘택시기사 민생체험’을 검색해보니 정치인의 택시기사 체험 관련 글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하루 종일 택시를 몰아도 사납금을 내고 나면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이 200만원도 안 되는 진짜 택시기사들은 복장 터질 일이다.

정치인들이 앞다퉈 서민 흉내 내는 것은 그들은 서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제19대 국회의원 295명의 평균 재산은 18억6800만원이다. 500억원 이상의 자산가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의 김세연·박덕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등 4명을 빼고 계산한 결과다. 재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은 몸으로도 머리로도 결코 서민이 될 수 없다. 평소 하는 짓을 보면 딴 세상 사람들이다. 책상에 먼지만 수북이 쌓인 국회의사당이 말해준다. 그런데도 서민 코스프레 행렬이 멈추질 않는다.

정치인이 서민 흉내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지만 정치인 흉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인 알기를 우습게 알고, 일 안 하면서 월급 받아가고, 뇌물 챙기고도 감옥 안 가는 것 등은 오로지 진짜 정치인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군 부재자 투표 양심선언’의 주인공인 육군 중위 출신 이지문씨가 몇해 전 쓴 정치학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고양을 위한 추첨제 도입 방안 연구’다. 소수독점체제인 기존 정치시스템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추첨 민주주의’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시민의원단’을 통한 추첨 방식으로 의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을 반영해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각종 선거부정을 예방하고 막대한 선거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 국회 난장을 보고 있노라면 ‘뽑기 민주주의’가 허황된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들의 어쭙잖은 서민 코스프레도 사라질 것이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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