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처럼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정신적·육체적 폭력에 노출된 ‘중복피해’ 학생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한국청소년연구’의 ‘청소년의 부모로부터의 학대와 학교폭력의 중복피해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중3 학생 4.5%는 지난 1년간 중복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중3 학생 212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다. 20명 중 1명꼴로 가정과 학교 양쪽에서 학대를 당한 것이다. 특히 여학생(2.6%)보다는 남학생(6.4%)이 중복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컸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났다. 부모로부터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당한 학생 중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비율은 10.6%인 데 비해 가정폭력 경험이 없는 학생 중에는 6.8%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청소년을 둘러싼 폭력이 한 가지 유형에 그치지 않고 여러 유형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 폭력 유형을 세분화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17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66%가 1개 유형 이상의 폭력을, 30%는 5개 유형 이상, 10%는 11개 유형 이상의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피해 학생은 삶의 질도 단일 피해 학생보다 크게 뒤떨어졌다.
심리적 삶의 질을 지수화해 비교한 결과 자존감은 폭력 피해가 없는 집단에서 가장 높았고, 중복피해 집단에서 가장 낮았다. 삶의 만족도도 피해 경험이 없는 집단이 가장 높았고, 학교폭력과 중복피해 집단이 낮게 집계됐다.
반대로 우울의 정도는 중복피해 집단이 가장 높았고, 학교폭력-아동학대-피해없음 집단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이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중복폭력 피해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계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성폭력상담기구의 연계 등 개별적 폭력 대응 기관들의 업무 연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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