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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이, '왕따' 많다

입력 : 2014-09-17 06:00:00 수정 : 2014-09-17 07: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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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김지희(가명)양은 무시당하고 학대받는 게 몸에 뱄다. 평소 김양에게 폭언을 일삼는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폭력까지 휘두르고, 학교 친구들은 김양의 외모가 ‘지저분하다’며 따돌린다. ‘냄새나고 역겹다’는 험담에도 많이 둔감해졌다. 김양의 중1 담임이었던 A교사는 “지희의 왕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모님의 협조가 절실했는데,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마저 지희를 학대하는 형편이어서 지희를 돕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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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처럼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정신적·육체적 폭력에 노출된 ‘중복피해’ 학생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한국청소년연구’의 ‘청소년의 부모로부터의 학대와 학교폭력의 중복피해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중3 학생 4.5%는 지난 1년간 중복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중3 학생 212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다. 20명 중 1명꼴로 가정과 학교 양쪽에서 학대를 당한 것이다. 특히 여학생(2.6%)보다는 남학생(6.4%)이 중복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컸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났다. 부모로부터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당한 학생 중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비율은 10.6%인 데 비해 가정폭력 경험이 없는 학생 중에는 6.8%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청소년을 둘러싼 폭력이 한 가지 유형에 그치지 않고 여러 유형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연구를 이끈 이인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폭력에 노출된 학생은 어딘가 취약요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취약요인이 다른 유형의 폭력에서도 공격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대를 당한 학생은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고 학습된 무기력감으로 인해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는 가정과 학교의 중복폭력만 다뤘지만 성폭력, 지역사회 내 폭력 등 다른 유형에서도 다양한 양상의 중복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폭력 유형을 세분화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17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66%가 1개 유형 이상의 폭력을, 30%는 5개 유형 이상, 10%는 11개 유형 이상의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피해 학생은 삶의 질도 단일 피해 학생보다 크게 뒤떨어졌다.

심리적 삶의 질을 지수화해 비교한 결과 자존감은 폭력 피해가 없는 집단에서 가장 높았고, 중복피해 집단에서 가장 낮았다. 삶의 만족도도 피해 경험이 없는 집단이 가장 높았고, 학교폭력과 중복피해 집단이 낮게 집계됐다.

반대로 우울의 정도는 중복피해 집단이 가장 높았고, 학교폭력-아동학대-피해없음 집단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이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중복폭력 피해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계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성폭력상담기구의 연계 등 개별적 폭력 대응 기관들의 업무 연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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