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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수사·기소권 요구 공식 거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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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6 19:08:05 수정 : 2014-09-17 0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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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자중지란 틈타 세월호 정면돌파… 재합의안 수용 압박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오랫동안 침묵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정국 돌파를 위해 초강수를 뒀다. ‘법과 원칙’을 내세워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달라는 야당과 유가족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6개월째 지속하면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특별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통해 세월호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 지도부 접견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 두번째부터),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에 수사권 및 기소권이 부여될 경우 국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조속한 민생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론 변화와 야당 분란 틈탄 강경책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던 박 대통령이 이날 전면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결단은 세월호 특별법 재재협상에 대한 여론이 팽팽해진 데다 야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을 감안해 허를 찌르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무능한 야당의 협상력 부재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며 “박 대통령이 이런 기류를 반영해 세월호 정국을 마무리하기 위해 ‘재협상 유지’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차별화 의도도 엿보인다. 세월호 특별법을 빌미로 국회 운영을 마비시킨 야당을 비판하며 경제살리기 등 국정 정상화에 협조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금 시급한 민생법안은 전혀 심의되지 않고 있다”며 “의회민주주의는 실종되고 민생도 경제도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비판했다. “국가안전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각종 민생경제 법안들이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의 강경 대치로 국가혁신과 민생경제를 위한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국정 정상화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여야가 두 번이나 합의한 것이 뒤집히는 바람에 국회도 마비되고 야당도 파행을 겪는 상황까지 됐다”며 “국민이 민생을 좀 풀어달라고 국회만 바라보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니까 마음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에게 재차 수사권·기소권 부여 절대 불가 방침을 당부한 것이다.

해외 순방 전 국내 정치현안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박 대통령은 오는 20∼26일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하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박 대통령은 “국내문제는 여러분(당 지도부)에게 맡기고 다녀올 테니 잘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행정국 해소를 위해 여당이 주도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보조를 맞췄다. 김무성 대표는 회동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혼신을 다하고 계신데 도와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상대가 없어진 상황이 됐기 때문에 계속 노력해 빨리 풀어보겠다”고 답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단호한 입장에서 처리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보였다.

◆야당·유가족 반발… 세월호법 해 넘기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발언에 강력 반발했다. 진상조사위의 수사대상자 중 한 명인 박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하지 않겠다고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을 결단하라고 호소했더니 박 대통령이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국회의 협의를 근본부터 부정하고 있다”며 “국회와 국민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근 대변인도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보여준 또 한 번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특별법 협상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며 특별법 논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박 대통령이 여당에 ‘재협상안 수호’를 지시해 논란을 더 확산시켰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깬 것도 국가 지도자로서 무책임하다는 얘기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발끈했다. 유가족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던 박 대통령의 말을 믿고 청와대 앞에서 기다린 지 26일째인데 돌아온 대답은 여야가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야합한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또 “진상조사위원회 내 특별검사를 두는 것이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법학자 229명의 선언과 대한변호사협회 법률 검토를 통해 명백해졌다”며 “대통령과 여당은 거짓 이유를 앞세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회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발언에도 야당과 유가족, 여권의 극렬한 대치가 더욱 심화되면서 세월호 정국은 연말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과)는 “양측의 간극이 워낙 커서 쉽게 결론이 도출되기 어렵다”며 “연말까지 정국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남상훈·정선형·이도형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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