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5층.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70명을 앞에 놓고 정명훈 예술감독은 유머와 함께 뼈 있는 조언을 전한다. 그 앞에서는 신진 지휘자 정주현씨가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정씨가 이날 서울시향과 연습한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 선율은 수시로 툭툭 끊겼다. 음악이 진행될라치면 정명훈 감독이 끼어들었다. “몸은 단순하게 움직이되 원하는 걸 보여줘야 해요”, “손을 많이 움직이지 말고 자기 느낌을 실어나르려 해보세요.” 거장은 수시로 일침을 놓았다.
13일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신진 지휘자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
정 예술감독은 지휘 기본기부터 개인의 나쁜 버릇, 음악 해석의 문제까지 다각도에서 조언을 내놓았다. 이날 참가한 이태정씨가 4악장을 지휘하면서 죽음과 공포를 강조하자 “너무 혹독한 면만 부각시킨다”며 “사실 나만큼 살다보면 죽음에 대해 얘기할 때 삶의 아름다움과 풍부함도 떠올리게 된다”고 지혜 어린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정주현씨는 지휘를 마친 뒤 “젊은 지휘자일수록 악보를 보며 자기만의 길을 찾으려하고 몸으로 많은 걸 표현하고 싶어한다”며 “오늘 선생님이 언젠가 되돌아와야 할 기본기를 말씀해주셔서 원점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 악단을 잠깐이나마 내 손끝으로 연주해보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 좋았다”고 전했다. 정 예술감독은 마스터클래스를 마친 뒤 “지휘는 악기처럼 (선생님에게 충실히) 배우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자기 것을 다지고 여기저기서 조금씩 배워서 본인 것을 만들어야 하기에 어떤 것들은 특별히 가르쳐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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