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계곡 트레킹 1번지’ 울진 왕피천

입력 : 2014-09-18 19:37:54 수정 : 2014-09-18 19:37: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험준한 산·절벽으로 둘러싸인 청정지역
맑은 물길 따라 자갈 밭·바위 오르거나
산자락에 조성된 생태탐방로 걷거나 …
수심 5m 넘는 검푸른 빛 용소 최고 비경
경상북도 동북단에 자리한 울진은 우리 땅의 대표적인 험지 중 하나다. 도로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서울에서 출발하면 쉬지 않고 달려도 꼬박 5시간이 걸린다. 주변에 고산준령이 즐비한 탓에 질러가는 직선 도로를 잇기 어렵기 때문이다. 울진은 이같이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거칠고 험한 환경 속에 보전된 때묻지 않은 자연은 번잡한 현대문명에 시달린 도시인들에게 매력 넘치는 여행지가 된다.

울진의 자연 중에 손꼽히는 비경이 바로 야성미 넘치는 계곡이다. 울진의 계곡이라면 명승 제6호로 지정된 불영계곡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오지 계곡의 대명사로 불리는 왕피천도 빼놓을 수 없다. 왕피천은 트레킹 마니아들이 최고의 명소로 꼽는 곳으로, ‘계곡 트레킹 1번지’, ‘계곡 트레커의 로망’이라는 별칭이 붙어 다닌다.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구산리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1㎞의 물길이다. 왕피천이라는 이름은 지금의 강원도 삼척 땅에 있었던 삼한시대 실직국 왕이 전쟁에서 패해 피난왔다는 ‘왕피리(王避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으로 몸을 숨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험준한 산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은 왕피천은 우리 땅 최고의 오지이자,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체 면적이 102.84㎢로, 북한산 국립공원의 1.3배에 이르는 왕피천 유역 보전지역에서는 지금도 산양, 수달 등 멸종위기 동물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트레킹의 시작점은 왕피천 중간쯤에 자리한 근남면 굴구지마을이다. 울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굴구지마을은 아홉 구비 산자락을 돌아가야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군청에서 별도로 마련해준 승합차가 하루 세번 마을과 읍내를 왕복한다. 

왕피천 트레킹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물길을 따라 자갈밭을 걷고 바위를 오르는 계곡 트레킹을 해도 되고, 계곡을 따라 산자락에 조성된 생태탐방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왕피천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길 바로 옆을 걸어야 한다.

왕피천의 으뜸 절경은 용소. 굴구지마을에서 상류쪽으로 4㎞ 떨어져 있다. 왕복 8㎞를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그 중간쯤인 상천 환경감시 초소까지 자동차로 올라가도 된다. 굴구지마을에서 상천초소로 올라가는 길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외길인데, 왕피천 물길이 흘러가는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천길 단애다.

경북 울진의 깊은 산속을 흐르는 왕피천은 우리 땅의 대표적인 오지이자, 청정지역이다. 트레킹 마니아들이 최고의 코스로 꼽는 왕피천에서도 거친 절벽과 검푸른 심연이 어우러지는 용소는 으뜸 절경이다.
상천초소에서 용소까지는 왕복 2㎞ 정도로, 이 구간이 왕피천 계곡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상천초소에서 가파른 벼랑을 따라 밑으로 500m쯤 내려오면 왕피천 물길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 물길을 따라 자갈밭과 바위 위를 걷게 된다. 일반인이라면 왕피천 트레킹은 용소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다. 구명조끼 등을 갖춘 전문 트레커들은 용소를 건너 속사마을 상류까지 올라가지만, 장비 없이 용소를 건널 수는 없다. 속사마을은 상천초소에서 4.5㎞, 굴구지마을에서는 6.5㎞ 떨어져 있어 왕복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왕피천 트레킹은 산이나 둘레길을 도는 일반 트레킹보다 몇배 더 힘들다. 자갈밭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하고, 바위를 만나면 기어 올라가야 하고,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건너 뛰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수정같이 맑은 물길을 따라 정적이 흐르는 자갈밭과 모래톱, 그리고 하얀 바위 위를 걷는 맛은 아주 각별하다. 흙길을 걸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이 들지만, 짜릿짜릿한 생동감이 넘친다. 절정의 감흥은 용소에서 맛보게 된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늘어선 계곡 양 옆으로 사람 키 몇 배에 달하는 하얀색 절벽이 서 있는데, 단면이 야수가 할퀸 것처럼 거칠다. 그리고 그 아래 깊이 5m가 넘는 심연의 물빛은 검푸른 색이니 용소는 더없이 깊고 장중한 맛을 낸다. 우리 땅의 이름난 계곡 치고 용소가 없는 곳이 없지만, 왕피천의 용소는 그 규모나 분위기에서 최고라고 하겠다.

울진=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