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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도 이 집을 지배하는 그녀…

입력 : 2014-09-18 21:50:17 수정 : 2014-09-18 2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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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옛말과 달리 사람이 죽어서 남기는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사람이 죽음 이후 이름보다 더 진하게 남기는 것은 바로 ‘기억’이다. 특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의 경우 죽은 뒤에도 타인의 기억 속에 더욱 깊게 각인돼 말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그들은 죽었어도 기억 속에 살아 남아 결코 죽지 않는다.

뮤지컬 ‘레베카’(사진)는 이렇게 죽은 뒤에도 타인의 기억 속에 남아 그들을 영원히 지배하는 여인 ‘레베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원작 소설과 앨프리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다듬어 뮤지컬로 탈바꿈시켰다.

가난하지만 구김살 없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나’가 주인공. 전 부인 레베카가 의문의 죽음으로 떠난 뒤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국 상류층 신사 막심 드윈터를 만난 ‘나’는 그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영국 교외의 대저택 맨덜리로 간다. 그리나 대저택의 사람들은 ‘나’를 반기는 기색이 없다. 저택의 모든 사람들은 생전에 완벽한 안주인이었던 레베카를 흠모하며 ‘나’를 안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는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의 적개심은 유난히 날카롭다. 이렇게 불편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폭풍에 의해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레베카의 시신이 우연히 발견된다. 그리고 사건은 놀라운 반전으로 향해 가는데….

여성 작가의 소설과 스릴러 거장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작품은 치밀하면서도 섬세한 심리적 공포를 보여준다. 레베카를 둘러싼 인물들의 팽팽한 대결은 일상적 대화 속에서도 관객을 긴장케 한다. 레베카의 죽음 이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내용이라 당연히 작품 속에서 레베카라는 인물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인물은 무대 위에 등장만 하지 않을 뿐 극중 모든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이렇게 죽은 레베카한테 영향을 받는 저택의 사람들 중 가장 절대적 지배를 받는 인물이 바로 집사 댄버스다. 레베카에게 숭배에 가까운 감정을 지닌 댄버스 부인과 ‘나’의 치밀한 감정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 작품의 대표적 재미다. 댄버스와 대립하며 점점 강하고 당당한 여성으로 성숙해 가는 ‘나’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댄버스가 부르는 ‘레베카’를 비롯한 넘버들은 음울한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들이다. 그의 다른 작품인 ‘엘리사벳’, ‘모차르트!’ 등과 마찬가지로 ‘레베카’ 역시 드라마틱하면서도 듣기 편한 선율의 넘버가 많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이 선호할 만한 곡들이다.

스토리, 음악과 함께 작품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것이 무대 연출이다. 영상과 반투명 가림막, 회전 무대 등 무대장치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작품 전체 분위기를 살릴 뿐 아니라, 그동안 무대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장면 전환까지 가능케 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임에도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장면 전환이 가능해졌다. 11월9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6만∼13만원. (02)6391-6333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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