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종택의新온고지신] 귀이천위본(貴以賤爲本)

관련이슈 황종택의 新 온고지신

입력 : 2014-09-19 22:29:13 수정 : 2014-09-19 22:43: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난은 깊은 뿌리를 지녔다.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현실이었다. 그 누구도, 어떤 권력도 그 차이를 좁힐 수는 있었어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오죽하면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고 했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후천적 노력 여부의 탓이 작지 않지만, 한집안의 형제자매는 물론 쌍둥이도 우열이 갈리듯 인간의 우열은 태생적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빈곤계층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또 하나의 빈곤계층이 있다. ‘신빈곤계층’ 이 그것이다. IMF 사태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리된 인력, 기업들의 공장 해외이전으로 양산된 젊은 백수들, 강성노조의 ‘철밥통 같은 정규직 기득권 지키기’로 박봉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증가 등이다.

그래서 빈부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자세는 언제나 이런 사실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 가난을 ‘천형(天刑)’처럼 안고 사는 이들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게 해선 안 된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들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400만명에 달한다는 게 보건사회연구원의 추산이다. 복지정책을 촘촘히 펼쳐야 할 당위가 있다.

중국 후한 말기 학자 왕부(王符)는 ‘잠부론(潛富論)’에서 “국가는 백성을 기반으로 삼고, 잘살고 귀한 이들은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아랫사람들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 서민들이 빈곤을 견디기 어려워하는데 고급 관료와 윗사람들이 부유함을 즐기는 자 누가 있었는가(國以民爲基 貴以賤爲本 … 下貧而上富者誰也)”라고 경책하고 있다.

물론 실효성 있는 국가정책과 열심히 살겠다는 개개인의 실천이 중요하다. ‘논어’에 소개된 공자의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 크다. “나라에 바른 도가 행해지고 있는데도 가난하고 천하게 살면 부끄러운 일이요, 나라가 흉흉하고 법도가 없는데도 부귀를 누린다면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邦有道 貧且賤焉恥也 邦無道 富且貴焉恥也).”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貴以賤爲本: ‘부귀를 누리는 이들은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

貴 귀할 귀, 以 써 이, 賤 천할 천, 爲 하 위, 本 근본 본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