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지식도 생물…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한다

입력 : 2014-09-19 21:52:47 수정 : 2014-09-19 21:52:4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물리학 13년·경제학 9년·역사학 7년, 이 시간이 지나면
지식은 낡은 것이 되어 더 이상 의미 잃어
새뮤얼 아브스만 지음/이창희 옮김/책읽는 수요일/1만6000원
지식의 반감기/새뮤얼 아브스만 지음/이창희 옮김/책읽는 수요일/1만6000원


193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던 마저리 코트니래티머는 기이한 형태의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를 발견했다. “길이는 1.5m 정도에 무지갯빛 얼룩무늬가 깔린 몸통의 이 물고기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 남들의 눈엔 못생기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물고기에 지나지 않는 것을 “가장 아름다웠다”고 한 것은 새로운 뭔가를 발견했을 때의 발휘되는 과학자 특유의 직감이 작동한 것이었다. 물고기는 1억∼6500만년 전인 백악기 후기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져 있던 실러캔스였다. 실러캔스의 발견이 해당 분야의 지식을 바꿔놨음은 물론이다.

실러캔스의 사례와 같이 ‘특정한 사실’의 발견, 그에 따른 지식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한 대규모 분석을 통하면 지식이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주비행이 한 사례다. 1953년 미국 공군은 지난 200년 동안 데이터를 분석해 운송수단의 속도가 당시와 같은 비율로 계속 빨라지면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는 속도에 도달하기까지 4년이 걸리고, 또 몇 년이 지나면 달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스푸트니크호 발사,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으로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책은 이처럼 지식이 만들어지고 확산, 전이하다 소멸하는 과정을 탐사한다. ‘과학계량학’이란 분야인데, 새로운 발견이 이뤄지고 지식이 번복되는 역사를 시간으로 가늠해 보고 그런 현상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식 변화의 배후에 있는 질서와 패턴을 알면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불확실성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지식의 발전 양상에 대한 예측뿐만 아니라 붕괴되는 경향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책이나 논문에 담긴 내용이 더 이상 인용되지 않아 지식으로서의 위상을 잃는 시간을 분야별로 측정해 보면 물리학은 13년, 경제학은 9년, 역사학은 7년 정도다. 이 시간이 지나면 지식은 낡은 것이 되어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식이 붕괴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 중 일부가 틀렸음이 드러나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항상 ‘과학적 진실 쪽으로 다가가기’라는 훨씬 더 긍정적인 변화를 전제로 할 때에만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지식에 내포된 오류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지식의 변화에 인간이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식의 관성’이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세계관에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려는 편향은 지식의 관성이 발현하는 한 형태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믿음에 집착하는 바람에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지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특정한 물체 혹은 과제에 몰입하면 다른 것을 무시해 버리는 ‘변화 맹시’의 메커니즘도 변화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를 낳는다. 

지식의 생성과 확산, 소멸의 과정은 무작위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합적인 분석을 하면 반복되는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지식 전달의 대표적인 매체인 책의 일정한 증감을 표현한 사진은 이런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읽는 수요일 제공.
저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은 변화해 가는 지식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새로운 지식이 넘쳐나는 지금의 세계에서는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지가 관건이다. “조금만 지나면 낡아버릴 지식을 암기하는 데 의지하기보다는 인터넷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즉 클릭 몇 번으로 검색 엔진을 가동하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아무 때나 검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 편이 낫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