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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손택수

명옥헌 못에 숲이 비친다
숲은 제 그림자와 만나 도톰한
입술이 된다
떠가는 배 같고, 물고기 같고
산에 벚꽃 피면
일찍 뜬 달 같기도 한
아래와 위가 포개진 못 가장자리를
눈에 띄지 않게 달싹이고 있다 복화술사처럼

그 입술에 연지를 입히려고 배롱나무를 심었던가
꽃은 떨어져서 꾹 다문 입술에
주름을 만든다

-신작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에서

■ 손택수 시인 약력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임화문학예술상,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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