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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백성들의 전쟁… 국가는 그들을 기억할까

입력 : 2014-09-19 21:22:51 수정 : 2014-09-19 21: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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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혜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나라가 버린 사람들/서신혜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저자는 서문에서 간략한 연표를 정리한다. ‘1592년 임진왜란, 1597년 정유재란, 1619년 명나라의 요청에 따른 파병, 1627년 정묘호란, 1636년 병자호란.’ 해석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이 열 살쯤 됐을 때 왜란을 겪었다면, 요행히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그는 40∼50대에 또 전쟁을 겪어야 했다. 또 1600년쯤 태어난 사람이라면 20대에 정묘호란을 겪고, 마흔이 되기도 전에 끔찍한 병자호란을 다시 겪어야 했을 것이다. … 조선 중기에 살았던 사람의 현실이었다.”

끊임없는 전쟁에 휩쓸린 조선 백성들의 삶은 비참했다. 하지만 이들을 기억되지 않는 존재다. 전쟁은 흔히 영웅, 승패, 전략으로 기록되기 마련이다. 책은 백성들의 전쟁 시기 삶을 추적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으로 전쟁을 파악하려 한다.

김영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1600년 태어나 1684년에 죽었다. 그는 열아홉 살에 전쟁터로 끌려가 적장의 포로가 돼 중국에서 두번의 결혼을 했다. 파병 당시 살아서 돌아오라는 조부의 말을 잊지 못했던 김영철은 중국의 처자식을 두고 기어코 조선으로 돌아와 다시 결혼을 한다. 고국에 돌아와서도 전쟁의 근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군역을 면제해 준다는 말에 자식을 이끌고 산성 수리 공사에 참여한다. 열아홉에 전쟁터에 끌려간 뒤 예순이 넘어서도 병사이어야 했던 김영철에게 국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김영철의 삶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나? 개인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나라를 구하고도 기생이라는 이유로 왜곡을 당해야 했던 계월향과 논개, 귀화한 일본인 김충선, 여인들을 위한 안식처를 마련한 박씨 부인 등의 삶을 사료와 고소설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사료는 사실을 전달하고, 소설은 민중의 바람이 투영된 형식이라는 점에서 전쟁 속 민중의 삶에 대한 묘사가 더욱 풍부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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