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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무동력 요트로 지구 한바퀴… 국민들에 용기 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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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9 22:09:13 수정 : 2014-09-20 00: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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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無기항·無원조’ 요트 세계횡단 떠나는 탐험가 김승진씨 무기항, 무원조에 나홀로 망망대해를 달려야 한다. 밤낮으로 요트를 운전한다. 심지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바다를 달려야 한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런 진취적 기상으로 대양을 개척, 해양강국을 일궈냈다. 광개토태왕이 그랬고, 장보고도 그랬다. 해양 탐험가 김승진(52)씨가 옛 ‘호연지기’ 조상의 맥을 잇는다는 야심 찬 계획 아래 장도에 오른다.

충남 당진 왜목항에서 김승진 탐험가가 장비를 점검하며 활짝 웃고 있다.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꿈과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렵니다.”

김씨는 국내 최초로 태평양, 남극해, 대서양, 인도양을 거쳐 세계를 일주하는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횡단’에 도전한다.

김씨는 다음 달 18일 충남 당진 왜목항을 출발한다. 서에서 동으로 달려, 내년 5월24일 다시 왜목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어느 지역 항구에도 상륙하지 않으며 물리적 도움이나 인적 도움 등 어떤 도움도 받지 않는다. 김 선장의 요트는 폭 3.9m 길이 13m, 수면으로부터 높이 17m짜리의 9t급 동력선이지만 엔진을 봉인한 채 바람만으로 전진한다. 단독(Solo), 무기항(Nonstop),무원조(Unassisted), 무동력(Power restriction)이다. 오로지 자연 바람을 타고 스스로 나아갈 뿐이다.

이런 식의 요트 세계 횡단은 1969년 영국인 로빈 존스턴이 312일 만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일본 호리에 켄이치가 1974년과 2005년 두 차례 성공했다. 2010년에는 호주의 제시카 왓슨이 당시 16세의 나이로 횡단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구오추안이 48세의 나이로 횡단에 성공, 국가적 영웅이 됐다. 인도의 압히라쉬토미씨는 귀환하자 대통령의 환영까지 받았다.

이번 도전의 가장 난코스는 칠레의 끝자락 남태평양 최남단의 ‘케이프혼’을 통과하는 남극해 구간이다. 연중 강한 바람에 파도가 높다. 바다의 에베레스트로 불린다. ‘케이프혼’은 남미와 남극 사이의 해역으로 이곳을 요트로 통과한 사람에게는 ‘케이프호너’란 영예로운 호칭이 주어진다.

김씨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 횡단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충북 청주 출신인 김씨는 현재 탐험가 겸 프리랜서 PD이자 요트 항해가로 활동 중이다. 세계 곳곳을 모험하며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일본 후지TV 등을 통해 방송하고 있다.

김씨의 항해, 탐사 경력은 화려하다. 2010∼2011년 크로아티아를 출발, 단독항해로 2만㎞를 항해해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지난해에는 대서양 카리브해를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2만6000㎞를 항해해 성공 귀환했다. 1990년에는 5800㎞에 달하는 중국 양쯔강을 탐사, 다큐물도 만들었다. 나일강, 아마존강, 미시시피 강 등 세계 4대강을 탐험하는 것이 그의 목표 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바다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시절에는 전국대학연합잠수회회장을 맡으면서 바다와 더욱 친해졌지요.”

방한복을 입고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뚫고 항해 중인 김승진 선장.
학창 시절 유난히 물을 좋아했다. 그는 24살이던 1986년 한강 350km를 수영으로 종단하고 같은 해 일본 시나노강 380km를 수영으로 종단했다. 1990년에는 히말라야 탕굴라봉을 등정하는 등 수륙을 넘나드는 모험과 도전을 계속해 왔다.

일주의 성공을 위해 예비용 돛과 위성통신장비 등 비상 채비를 갖추는 데 9억원가량의 돈이 든다. 해양수산부와 충남도, 당진시, 한국크루저요트협회가 후원하고 있지만 비용은 아직 부족하다. 다행이 김씨의 ‘대한민국 희망 항해 프로젝트’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충남도와 당진시민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응원과 후원이 시작됐다.

10월에 출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빙 충돌과 추위로부터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남극해의 여름(12∼2월) 바다를 지나야 이런 위험을 가능한 피할 수 있다. 김씨는 부대 장비가 다 갖춰지지 못해 불편하더라도 기본 항해장비와 식량을 갖추면 예정일에 출항하겠다는 결심이다.

김씨는 “수많은 도전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안고 대한민국 최초로 피할 수 없는 태풍과 거친 파도를 넘어 오대양을 가르는 힘찬 모험의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도전하는 용기와 바다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데 더 큰 목표가 있다”는 김씨는 앞으로도 이런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의 요트는 현재 당진 왜목항에 정박해 있다. 이곳 캠핑카에 차려진 베이스 캠프에서 항해를 위한 각종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씨의 희망항해 프로젝트는 ‘김승진의 요트 세계일주 블로그(cafe.naver.com/goyachts)’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goyacht)을 통해 응원할 수 있다.

당진=글·사진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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