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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칼럼] 원高 불황·디플레 위험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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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1 21:25:00 수정 : 2014-09-21 22: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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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초체력 약화, 저성장 심화
재정 풀고 민간소비 진작 나서야
골목이라 월세도 많지 않았는데 등굣길에 있던 단골 가게가 문을 닫는단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다 보니 값을 더 주고 동네에서 편하게 사먹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 가게주인의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지난 1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성장률보다 높았던 것은 2010년뿐이었고 지난 2년간은 2%대의 초저성장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은 계속 하락세다. 최근 IMF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다며 과감한 원화절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보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원고와 내수부진이 상승작용을 하면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뿐 아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2년 시행 결과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116억달러에서 205억달러로 증가했다고 미국 정치계가 나서서 원화절상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도 수출기업의 해외진출이 늘어 원고가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현저히 적어졌기 때문에 원고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나 원화절상을 한다고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고민거리다. 원화가 절상되면 기업들이 수출가격 인상으로 환율변동의 영향을 해외수입자에게 이전하게 돼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결국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가격변동 조절과정이 작동해야 하는데 경제이론처럼 그렇게 우리 경제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다.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85년 9월 플라자협정을 발표한 다음 해인 1986년 엔화환율이 1985년의 70.6% 수준으로 하락했고 1988년에는 85년의 53.7% 수준으로까지 하락했지만 일본기업들은 수출물량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지 못했고 이에 따라 채산성이 악화하자 채산성 개선을 위해 단가가 싼 지역을 찾아 해외투자를 더 늘렸다. 결국 일본 국내산업이 공동화하고 고용이 줄어 경기침체가 더 가속화했다. 결국 엔화절상으로 경상수지 조절이 실패하자 이번에 미국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진책을 요구하게 됐고, 일본 역시 부동산거품 붕괴 이후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용인하면서 정부부채가 급증하고 경기는 살아나지 못하는 잃어버린 20년의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점이 많아 보여 걱정이다. 이미 2012년 초부터 달러가 약세를 보임에도 달러표시 수출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수출물량의 유지를 위해 수출단가 하락과 이에 따르는 수익성 악화를 이미 감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수입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늘지 않아 경상수지 흑자가 늘기만 하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이처럼 국내경제의 기초체력과 유리된 원화강세는 단순히 수출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켜 국내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키고 장기화하게 할 우려가 있다. 현재의 원화 환율 수준과 절상 속도는 이런 원고불황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결국 이는 성장동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고용침체와 경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등 경제 기초체력을 약화시켜 저성장·저물가 기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경제가 제조업으로부터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투자를 크게 늘려서 경제를 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중요해진 서비스업에는 제조업처럼 그리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원화절상과 경상수지 흑자가 같이 가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계부채 누적,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 등으로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더 진행되기 전에 과감한 규모로 재정을 풀고 사회간접자본보다는 사회안전망에 지출하며 감세를 통해 민간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식을 같이하고 적극 공조해 위험에서 조속히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치면 일본처럼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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