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성매매특별법 10년…달라진 게 없다] 예약 꽉꽉…직업女도 손님도 "그만둘 생각 없어"

입력 : 2014-09-21 19:02:39 수정 : 2014-09-29 18:28: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남일대 변종성매매 ‘현장’ 급습
“아무 짓도 안 했어요. 하필 그 순간에 (여성의) 손이 그곳에 있었던 거예요.” 경찰이 들이닥치자 옷을 홀딱 벗은 채 누워 있던 남성이 벌떡 일어나 횡설수설했다. 그는 “욕정을 풀고 싶었다면 집창촌을 찾았을 것”이라며 “단지 마사지를 받으러 왔을 뿐”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 18일 서울 수서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찰관들이 역삼동, 대치동 일대에서 성업 중인 ‘안마방’ ‘립(입술)카페’ 등 유사성행위 업소 두 곳을 급습했다. 오후 8시쯤부터 시작된 단속은 업주 2명과 직업여성 6명 등 모두 14명을 불구속 입건한 뒤 자정을 넘겨서 끝이 났다.

경찰 단속에서 적발된 변종 성매매업소. 침대와 샤워시설을 갖춘 밀실로 꾸며 성매매를 알선해 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층빌딩 가득한 도심에서 ‘변종 성매매’ 성행


이날 오후 10시쯤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바깥세상과는 달리 어두운 조명이 깔려 있었다.

문을 열고 업소 안으로 들어서자 종업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예약하셨나요?”라며 짧게 말을 걸어왔다. 직원은 “20분 코스는 이미 예약이 끝났다”며 더 짧은 15분 코스 방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몸에 딱 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방에 들어섰다. 여성은 바닥에 털썩 앉아 곧바로 “옷을 벗으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뒤 모바일 메시지로 신호를 받은 경찰관들이 여러 방을 급습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과 장부, 휴대전화, 수건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남성들은 처음에는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직업 여성들의 진술서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품 등을 들이대자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검거된 모든 남성들이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거래처 직원과 안마방을 찾은 이모(38)씨는 “운이 없어서 단속됐다”며 “마사지를 받는 김에 ‘뒤풀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늦은 귀가를 알리기 위해 집에 있는 자식과 통화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라는 물음에 이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부끄럽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날 경찰이 단속한 A 안마방은 35평 규모로 8개 방 가운데 일명 ‘서비스 방’은 6개였다. 평일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손님 5명이 다녀갔다. 이곳은 ‘포인트 적립 카드’까지 마련해 놓고 손님을 끌고 있었다.

단속이 이어진 B립카페. 이 업소는 건물 바깥 골목길에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놓고 경찰이 오는지를 수시로 살피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체포된 손님은 한 명뿐이었지만, 확인 결과 단속 시간 이후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단속을 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예약 전화가 걸려왔다.

◆“성매매 왜 막나” 항변… 단속 실효성 ‘의문’


경찰에 붙잡힌 업주는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당황한 기색은 아니었다. 성매매 남성과 직업여성들 모두 단속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에게 이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였다.

B립카페는 이전에도 단속에 걸린 적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 김모(32)씨는 두 차례 경찰에 단속돼 모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예전에 미용실에서 일할 때에는 하루종일 일하고도 한 달에 40만∼5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지금은 15분에 2만원을 번다”며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면 야간 업소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성매매방지특별법(성특법)이 오히려 여성 인권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법을 통해 단속을 강화한다면 거리에 내몰린 직업여성들이 오히려 더 위험한 길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에 적발된 손님 김모(40)씨는 ‘또다시 성매매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참 동안 묵묵부답이었다. 어렵사리 입을 연 그는 “세금이 안 걷히니 단속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라는 말에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유흥가 앞에 주차된 차량에 출장 마사지 광고 명함이 어지럽게 꽂혀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음지로 파고든 신·변종 업소… 끝없는 술래잡기


성특법 발효 이후 성매매는 더욱 정교하게 진화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들은 성매매 업소들이 집창촌에서 벗어나 오피스텔 등으로 숨어들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21일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068건이던 신·변종 성매매 업소 단속 건수가 4년 만에 470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 7월 현재에도 3600건이 넘는 신·변종업소가 적발됐다.

하지만 계속된 단속에도 ‘귀청소방’ ‘키스방’ ‘포옹방’ 등 변종 성매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애인대행’ ‘조건만남’이나 고정된 업소를 갖지 않고 추천인 등을 통해서만 은밀히 이뤄지는 성매매도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변종 성매매업소들은 CCTV 등을 통해 단속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며 “매번 휴대전화와 예약자 이름을 변경하고 위장까지 하면서 잠입해 현장을 덥쳐야 한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권이선·권구성 기자 2s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