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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화·합법화…'1세대' 뛰어넘은 조폭의 진화

입력 : 2014-09-21 19:25:33 수정 : 2014-09-22 13: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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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촌의 후예' 범서방파 경찰에 일망타진
서울광수대, 부두목 등 61명 검거 8명 구속
조폭의 원조들이 떠나고 있지만 그 이름을 내걸고 합법적 사업을 벌이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조폭세력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흥업소 장악과 유치권 분쟁 개입을 통해 금품을 챙기고, 집단 패싸움을 벌이려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으로 범서방파 부두목 김모(47)씨 등 간부급 8명을 구속하고 행동대원 유모(44)씨 등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두목 김모(48)씨는 달아났다.

범서방파는 지난해 사망한 두목 김태촌이 생존해 있을 당시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서울을 근거지로 한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다. 이들은 김태촌이 사망한 이후에도 그의 위력을 이용해 세력을 계속 확장했다. 수사기관에서 관리 중인 원래 범서방파 조직원은 1980년대 활동한 ‘범서방파 1세대’ 조직원 12명에 불과하지만 이른바 후배그룹들은 ‘함평식구파’를 흡수하는 등 세를 불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11월 부산 지역 폭력조직 ‘신칠성파’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이려 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김태촌 사망 전후 부동산 투자나 대부업 등에 뛰어들었으며 합법을 가장한 조직활동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행동대장 김모(44)씨 등은 2010년 1월 경기도 동두천의 한 멀티플렉스 건물 유치권 분쟁 현장에 동원돼 유치권자들을 집단 폭행하고 협박해 8억4000만원짜리 유치권 행사를 포기하도록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행동대원 장모(31)씨 등 2명은 2009년 하반기에 토착 폭력세력으로부터 보호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경기 일산 장항동의 한 유흥업소로부터 1800만원을 받았다.

한 경찰서 조직폭력팀 관계자는 “서울 강남지역에는 범서방파가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법적 회사를 간판 삼아 뒤로는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게 요즘 조폭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폭들이 노숙인을 고용해 회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 인수합병에 개입하거나, 부도위기에 처한 회사나 재단을 인수해 주인을 내쫓고 이득을 취하는 등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유령건설사를 만든 뒤 LH·SH공사와 무상 경호계약을 체결하고, 인테리어 업자를 상대로 억대의 금품을 뜯어낸 조폭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해외조직과 연계돼 첨단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조폭들 사이에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계하는 식으로 해외에 계좌를 두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이나 작전세력을 통한 주식시세 조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폭의 진화에 맞춰 경찰의 조폭 관리체계도 ‘1세대 조폭’을 뛰어넘어 첨단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은 전국 216개파, 5378명에 이른다. 2011년 이후에만 1만1000여명의 조폭이 검거됐지만 이 가운데 구속된 조폭은 17% 수준인 2000여명에 불과했다. 조폭의 범행수법이 지능화·합법화하면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상중 광수대 조직폭력팀장은 “조폭들은 수백∼수천억원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에 이권개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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