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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환국, 어디까지 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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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2 20:51:41 수정 : 2014-09-22 20: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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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민사학자가 지운 환국
환국은 아시아의 시원으로 봐야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석유환국(昔有桓?·옛날 환국이 있었다)’ 기록이 있다. 일본의 식민사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는 이 기록에서 ‘국(?)’을 ‘인(因)’으로 변조해 ‘석유환인(昔有桓因·옛날 환인이 있었다)’으로 둔갑시켰다.

이마니시 류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사편수회를 이끌며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데 앞장섰던 악명 높은 인물이다. 아마 환국이 그의 눈에 가장 거슬렸던 모양이다. 환국이 과연 어떤 나라이기에 그토록 역사에서 지우고 싶었을까.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고사는 BC 7197년부터 BC 3897년까지 3301년간 7명의 환인(桓因)이 다스린 환국(桓國), BC 3897년부터 BC 2333년까지 1565년간 18명의 환웅(桓雄)이 다스린 배달국(倍達國), BC 2333년부터 BC 238년까지 2096년간 47명의 단군(檀君)이 다스린 고조선(古朝鮮)으로 나뉜다.

환인, 환웅, 단군을 삼성(三聖)이라고 한다. 고조선도 신화라고 배운 사람들은 삼성조시대(三聖祖時代)가 낯설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막연히 믿지 않았다. 하지만 천문과 역사를 융합한 오랜 연구 끝에 환국-배달국-고조선 삼성조시대 중 적어도 배달국-고조선 부분은 사실임을 확신하게 됐다.

나는 이미 세계일보 3월 11일 칼럼에서 ‘환단고기’의 오성취루(五星聚婁) 기록을 근거로 고조선은 신화의 나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5월 13일, 5월 27일, 6월 10일 칼럼에서 배달국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문제는 환국이다. 환국이 세워진 BC 7197년은 거의 1만 년 전, 즉 빙하기가 끝난 시점이다. 지구는 거의 10만 년 전부터 빙하기였으며 북위 40도 근처까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빙하기 직후 ‘황금시대(golden age)’가 가능했을까? 우리 조상들은 어디서 와서 언제 정착했을까? 환국에 관한 내용들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지난 9월 12일과 13일 방송된 ‘KBS 파노라마’ 다큐멘터리에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찾을 수 있다. 부산 가덕도에서 발견된 약 7000년 전 유골들의 DNA 검사 결과 유럽 여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일찍, 광범위한 인류의 대이동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빙하기에도 남방계 우리 조상들은 육지였던 황해를 통해 수만 년에 걸쳐 올라왔던 것이다. 빙하기가 끝나던 약 1만 년 전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게 된다. 다큐멘터리 팀은 빙하기 직후 몽골 지방이 현재의 한반도처럼 여름 장마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겨울에 동토가 되는 바이칼 호수 지역 역시 비옥한 땅이었다. 환국 시절은 ‘황금시대’였던 것이다.

북방계 우리 조상들은 빙하기 직후부터 집중적으로 내려왔고 환웅이 3000명의 천손(天孫)을 이끌고 내려온 것이 거의 마지막 단계였다. 그리하여 남방계와 북방계가 만나 ‘한국인’이 태어났고 ‘단일민족’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의 말을 빌리면 그 당시는 결국 수십 ㎞ 이내에서 배우자를 만났기 때문에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명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현기 PD, 김승신 작가 등 제작진에게 찬사를 남긴다. 덕분에 환국의 존재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은 느낌이다. 하지만 석기시대에 러시아 크기의 나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다. 그 나라를 7명의 환인이 3301년 다스렸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믿기 어렵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환국은 12개의 나라로 잘게 나뉘어 있었다. 그러니 환국을 상징적, 신화적 나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조선을 신화라고 할 때보다 두 단계나 거슬러 올라간 것 아닌가.

‘환단고기’가 ‘오환건국최고(吾桓建國最古·우리 환족이 세운 나라가 가장 오래 됐다)’로 시작하지만 환국을 꼭 우리나라만의 시원(始原)으로 여길 수는 없다. 환국에서 내려와 환웅은 태백산에 배달국을 세웠고 반고는 삼위산에 중국 최초의 나라를 세웠다. 따라서 중국도 충분히 환국을 자기네 시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수행한 중국이니 ‘환국공정(桓國工程)’도 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삼성조시대 중 개천(開天)으로 개국한 배달국부터는 분명히 우리나라의 역사지만 환국은 아시아의 역사라고 봐야 한다. 그래야만 ‘환단고기는 우리 민족이 다해먹었다고 한다’ 같은 비아냥을 근본적으로 피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안경전의 ‘환단고기’ 표지에 ‘인류 원형(原形) 문화의 원전(原典)’으로 소개되고 있음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반고는 환국에서 빈손으로 내려왔지만 환웅은 환인에게 천부인(天符印)을 받고 내려왔다. 이 정도면 배달국이 환국의 장자국(長子國) 정도는 되지 않겠는가. 천부인은 태호복희와 치우천황 같은 인물들과 함께 배달국의 실재를 증명해주고 있다. 홍산 문명은 배달국의 유적일 확률이 십중팔구인 것이다.

열흘만 있으면 우리나라의 개국을 기념하는 개천절이다. 아직도 고조선이 신화의 나라라고 믿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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