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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짝과 춘향·몽룡 연기… 설렘 더 잘 표현돼"

입력 : 2014-09-22 20:21:36 수정 : 2014-09-23 08: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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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 발레 ‘춘향’ 주역 강미선·노보셀로프 부부 “발레 ‘춘향’의 핵심은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를 놓지 않고 사랑하면 사랑은 이루어진다’ 같아요.”(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저희는 춘향전처럼 부모님이 떼어놓으려 하시지는 않았으니 행운이에요. 그래도 ‘언젠가 노보셀로프가 러시아로 돌아가겠지’ 싶어서 생각이 많았는데… 역시 계속 사랑하니 이뤄지네요.”(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이자 ‘발레스타 부부’인 강미선과 노보셀로프. 두 사람이 UBC 발레 ‘춘향’에서 춘향과 몽룡을 연기한다. 27·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다. 현실에서 사랑을 이룬 이 부부는 무대에서는 각기 다른 파트너와 호흡을 맞춘다. ‘푸른 눈’의 이몽룡 노보셀로프는 발레리나 김주원, 강미선은 UBC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손을 잡는다.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을까.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집에서도 서로 작품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눈다”며 “상대방을 지켜보면서 연습 때 놓친 부분이나 어색해보이는 연기 등을 일러준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전혀 없어요. 공과 사는 다르니까요. 상대방이 다른 파트너를 만나 자기 진면목을 발휘하면 더 기뻐요.”

강미선은 “부부나 연인끼리 춘다고 사랑 연기가 더 진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며 “오히려 사귈 때 함께 춤추면 더 많이 싸웠다”고 밝혔다. 감정은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수 있지만 서로 원하는 바를 편하게 얘기하다 보면 오히려 티격태격 싸운다는 것. 게다가 다른 무용수와 추면 첫만남의 설렘이 더 잘 표현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춘향’은 UBC가 2007년 만든 세 번째 창작 발레다. 이번에는 기존 작품을 대폭 뜯어고쳤다. UBC 유병헌 예술감독은 음악, 안무, 무대, 의상을 모두 손봤다. 차이콥스키의 덜 알려진 음악을 입히고 무대와 의상은 기품을 더하고 추상화·단순화했다. 전작이 우리 전통미를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현대적 느낌을 접목했다. 강미선·노보셀로프는 2007년 초연 때 향단과 방자를 연기했다. 이번에는 주역을 맡으니 일단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

“‘춘향’은 처음에 부드럽게 가다가 마지막에 고조되면서 리프트나 회전 같은 고난이도 동작이 나와요. 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연결하다가 마지막에 탁 터트려줘야 해요. 체력이 많이 필요하죠. 안 그러면 자칫 동작 동작이 동떨어져 보일 수 있어요.”(강미선)

노보셀로프는 서양인의 얼굴로 전통적 인물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주연들보다 부담을 더 안고 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004년 UBC에 들어왔다. 그는 “동작이나 표정에 더 신경 쓰고 있다”며 “처음에는 한국무용식 동작이 어색했기에 계속 몸에 배도록 연습했다”고 밝혔다. 다른 공연 날 몽룡 역할을 맡은 엄재용·이동탁은 어려서부터 한국무용을 접해 한국적 선을 살리는 데 유리하다.

“지금은 제 얼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좀 걱정은 되지만요. 2007년 ‘춘향’ 초연 때 금발 러시아인이 몽룡을 연기했는데, 무용수와 배역이 매치가 안 돼 보였어요. ‘심청’ 때도 카자흐스탄 무용수가 왕 역할을 했는데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하려 해요.”(노보셀로프)

“(서양인이라는) 생각을 잊게끔 하는 게 춤이죠. 춤, 연기로서 보여주면 되니까요.”(강미선)

‘춤의 매력’은 누구나 결말을 아는 ‘춘향’이나 ‘심청’ 같은 이야기에도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힘에 있다. 강미선은 “이미 결말을 아는 이야기지만 관객이 그 장면을 보는 순간에는 ‘얘네가 이렇게 될 거야’ 하는 생각을 안 할 만큼 몰입하게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무용수가 계속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느낌과 표정, 시선 처리를 할지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작발레 작품은 국내 발레단이 성장하고 해외로 나가려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항목이다. 무용수 입장에서는 흰 도화지 같은 창작 발레를 준비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대신 작품을 자기 식으로 소화해 무대에 올렸을 때의 성취감은 더 크다.

“‘춘향’에서 제게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춘향과 몽룡이 만나 추는 2인무에요. 그리고 몽룡이 과거 시험을 보는 ‘일필휘지’ 장면입니다.”(노보셀로프)

“전 엿장수가 등장하고 민속장터의 아기자기함을 살린 단오 장면이 좋아요. 클래식·모던 발레에 식상해질 때쯤 ‘춘향’을 보면서 한국적인 정서를 한번 확인해보세요.”(강미선)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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