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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노인보험의 함정’

입력 : 2014-09-22 20:51:36 수정 : 2014-09-22 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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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상품 불완전 판매 피해 속출
#. 이모(71·여)씨는 10여년 전에 가입한 연금보험 상품의 보험금을 확인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보험금이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에 턱없이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씨가 납입한 보험료는 1억2000만원이었지만 정작 그의 손에는 고작 2000만원만 남았다. “언제든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돈이 급할 때 조금씩 인출한 8000여만원이 화근이었다. 이씨는 “중도인출을 장점이라고 설명할 뿐 수수료가 있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며 “수수료가 총 2000만원에 이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버암보험, 노인실손보험 등 노인층을 위한 보험상품이 늘어나면서 불완전판매 등 피해 사례도 비례하고 있다. 어려운 보험 상품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덜컥 보험에 계약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현 정부의 ‘노인 복지’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해 보험상품 출시에만 몰두할 뿐 판매 관리는 외면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출시된 노인전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의 ‘6070실버암보험’, MG손해보험의 ‘건강 100세 실버암보험’, PCA생명 ‘시니어 암보험’ 등 20개가 넘는다. 지난 8월부터는 노인실손보험까지 연이어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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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노인상품 개발을 위해 ‘위험률 안전 할증’ 확대에 나서면서 노인전용 상품은 앞으로도 꾸준히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위험률 안전할증 확대는 노인층의 경험통계가 부족한 점을 감안해 보험사가 인상할 수 있는 보험료 수준을 최대한 높였다는 의미다. 시장 포화에 직면한 보험사들로서는 보험료 할증 구간까지 올린 마당에 실버보험 상품 출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생명보험 가입자 수는 2012년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동안에도 60세 이상 실버보험은 12.3% 고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품 개발 이후 판매에서 ‘고령층 배려’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 판매는 텔레마케팅(TM)이나 홈쇼핑 등 비대면 채널의 비중이 큰 만큼 피해 가능성은 더욱 큰 상황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0 회계연도에 6조5433억원이던 비대면채널 판매는 2011년 7조9822억원, 2012년 9조1984억원, 2013년 9조8401억원으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노인층에 대한 사적 보험 강화를 강조하자 금융당국이 대책 없이 상품이 쏟아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며 “보험 상품은 일반인에게도 개념 자체가 어려운 만큼 상품 다양화도 중요하지만 쉬운 상품, 쉬운 판매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고령층 보험모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우리나라와 대비를 이룬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고령층 보험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판매채널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고령층 보험 가입 시 ▲가족 동석 ▲2명 이상의 보험모집인의 방문 설명 ▲쉬운 말로 보험 상품 반복 설명 ▲계약 체결 후 보험사에서 상품 내용 재확인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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