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준모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
그러나 프랑스 혁명 200주년의 해인 1989년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이 체제변혁을 이룩하면서 지구촌은 격변의 시대로 진입했다. 정치적으로는 탈냉전 시대가 됐고 사회·경제적으로는 근대 산업사회가 탈근대의 정보사회로 전환했다. 20세기 마지막 10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총체적 전환국면기였다. 새로운 세기이자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대는 지구화의 물결이 세계를 휩쓸면서 더 이상 민족주의는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으로 여겨졌다. 다양한 초국가적인 행위자의 등장과 민주주의의 확산, 그리고 세계시장의 통합, 국제기구와 국제법의 활성화 추세에 힘입어 개별 민족과 국가에 대한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시민 의식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일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시민 의식은 물적 자원(상품), 인적 자원(노동력), 자본(화폐) 등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것이 국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되는 지구화 시대에서 인류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성을 말한다.
그런데 지구화 시대의 도래가 정말로 민족주의 시대를 종결시킬 것인가. 오늘날 지구촌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할 방안을 마련하면서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민족주의는 배격하고 있다. 지구촌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하나의 세계를 향해 전진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세계를 향한 인류 공동체 형성 노력은 유엔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지역 블록,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양한 행위 주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민족과 국가 그리고 종교적 동질성에 기반을 둔 패거리 의식이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보다 강한 결속력을 보이며 지구화의 통합 흐름을 단속하고 있는 현실도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인류의 과제인 것이다.
우준모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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