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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준모의세계시선] 지구화 시대의 도래와 민족주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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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2 20:55:01 수정 : 2014-09-22 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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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는 지난 18일 영연방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잉글랜드와 연합국가를 이루었지만 이후 300년 넘는 세월을 독자적인 켈트족의 민족적 정체성을 견지하면서 독립국가 건설의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정작 민족자결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구성원 다수가 영연방 존속을 지지함으로써 투표는 싱거운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영국은 적잖은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연방국가의 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우준모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스코틀랜드의 투표 사례처럼 민족자결주의는 모든 민족마다 각자의 독립국가를 건설하거나 더 큰 국가의 일부를 이루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개념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민족은 공통의 언어와 문화, 풍습 그리고 신화 등을 공유하는 일단의 구성원을 말한다. 그러나 민족의 정체성은 유구한 인류의 역사를 통해 혈통적으로 계승돼 온 것이 아니라 근대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구성된 측면이 강하다. 인쇄술의 발달이 지적 계몽을 이루어 민족의식이라는 공동체성을 형성하고 산업화가 민족 언어와 문화 발전을 촉진해왔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는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본격적인 모양새를 갖췄고 이후 두 세기에 걸쳐 국가 공동체 건설의 기본단위이자 국가를 영위하는 핵심 인자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200주년의 해인 1989년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이 체제변혁을 이룩하면서 지구촌은 격변의 시대로 진입했다. 정치적으로는 탈냉전 시대가 됐고 사회·경제적으로는 근대 산업사회가 탈근대의 정보사회로 전환했다. 20세기 마지막 10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총체적 전환국면기였다. 새로운 세기이자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대는 지구화의 물결이 세계를 휩쓸면서 더 이상 민족주의는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으로 여겨졌다. 다양한 초국가적인 행위자의 등장과 민주주의의 확산, 그리고 세계시장의 통합, 국제기구와 국제법의 활성화 추세에 힘입어 개별 민족과 국가에 대한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시민 의식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일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시민 의식은 물적 자원(상품), 인적 자원(노동력), 자본(화폐) 등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것이 국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되는 지구화 시대에서 인류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성을 말한다.

그런데 지구화 시대의 도래가 정말로 민족주의 시대를 종결시킬 것인가. 오늘날 지구촌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할 방안을 마련하면서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민족주의는 배격하고 있다. 지구촌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하나의 세계를 향해 전진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세계를 향한 인류 공동체 형성 노력은 유엔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지역 블록,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양한 행위 주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민족과 국가 그리고 종교적 동질성에 기반을 둔 패거리 의식이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보다 강한 결속력을 보이며 지구화의 통합 흐름을 단속하고 있는 현실도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인류의 과제인 것이다.

우준모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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