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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싸울 준비는 되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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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2 20:59:24 수정 : 2014-09-22 23: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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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2차 錢爭에 밀려드는 ‘엔저’
되살아나는 惡夢… 이전투구 할 때 아니다
온 세계가 난리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전면화한 금융위기, 이어 터진 재정위기의 파문은 아직도 이어진다. 돈 풀기 7년째, 나라마다 경제불씨를 살리기 위해 씨름을 한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모두가 똑같다. 빚과 저성장에 멍든 경제, 이대로 가다간 ‘이빨 빠진 가난한 호랑이’가 될 판이니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빚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강호원 논설실장
7년의 경제전쟁, 상황은 나아졌을까. 미국이 그나마 조금 낫다. 한때 채권을 사들여 매달 850억달러씩 풀던 돈 방출량을 줄이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4.2%까지 살아난 까닭이다. 돈 풀기는 끝난 걸까.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런 말을 했다.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 미 재무부가 지난주 발행한 물가연동 국채의 낙찰금리는 연 0.610%다. 무지막지한 돈 풀기 장치인 제로금리는 아직도 이어진다.

유럽과 일본은? 상황이 나쁘다.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는 0.8%. 재정위기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에는 물가가 떨어진다. 높은 실업률에 소비 축이 무너졌으니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이다. 일본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7.2%. 무지갯빛으로 포장된 아베노믹스의 환상을 깨는 충격이다.

어떻게 대응할까. ‘2차 돈 전쟁’에 돌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선수를 쳤다. 4일 기준금리를 연 0.15%에서 0.05%로 내렸다. 일본의 0.1%보다 훨씬 낮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되레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일본도 칼을 다시 빼들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필요하다면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중앙은행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어서라도 풀겠다”는 아베 신조 정부의 무제한 통화방출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결과는 환율로 나타난다. 돈을 덜 푸는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더 푸는 엔화와 유로화 가치는 떨어진다.

폭탄은 이로 인해 터지고 있다. 엔저(低) 현상. 우리 경제를 집어삼켰던 바로 그 폭탄이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당 109엔. 두 달 새 엔화 가치는 7% 넘게 하락했다. 원화 가치도 이달 조금 떨어졌지만 조족지혈이다. 엔저 걱정은 몸서리치게 하는 악몽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엔저 바람은 거셌다. 엔저 바람이 불면 우리 경제는 온전했던 적이 없었다. 왜? 값 싸진 일본상품이 한국상품을 세계시장에서 쫓아내니 그렇다. 성장의 한 축인 수출전선은 무너지고, 외환안전망은 흔들렸다. 그 징후는 다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가 팔리지 않기 시작했다. 파고가 전자, 철강, 조선으로 확산될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물음을 던져 본다. 싸울 준비는 되어 있는가. 고개를 흔들게 된다. ‘행동하지 않는’ 어제의 모습이 내일 달라지리라 믿기 힘드니 그렇다.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최악의 적자 예산을 짰다. 새해 정부예산 376조원에는 경기부양 예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감당하기 힘든 복지를 떠받치기 위해 경기부양 고깔모자를 덮어씌운 면이 강하다. 하지만 돈 풀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싸워야 할 때 뒷짐을 진 중앙은행도 걱정되는 모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고담준론만 늘어놓던 과거 총재들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눈치를 보며 재는 것은 과거와 똑같다.

국회는? 24시간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이런 물음을 또 던져 본다. 경제전쟁에 나선 나라치고 의원들이 “국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곳이 있는가. 반년 가깝도록 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는 나라는 있는가. 진보·보수를 가르며 상대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발목잡기 하는 나라는 또 어디 있는가. 민생이 무엇인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는 또 어디에 있는가. 하나하나가 미래를 좀먹는 정쟁의 실상이요, 결과다.

위기 쓰나미는 또 밀려들고 있다. 그 뒤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빚과 고통이 밀려들 터다. 이제 뜻을 모아 싸움에 나설 때도 되지 않았는가.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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