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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이 앞장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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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2 21:00:46 수정 : 2014-09-22 21: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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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무산됐다. 한국연금학회가 마련한 개혁안에 반발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의 노조원들이 몰려들어 야유를 퍼붓고 소란을 피운 탓이다. 공무원 집단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나라’를 꿈꾸는 것인지 묻게 된다.

한국연금학회 개혁안은 현재보다 43%를 더 내고 34%를 덜 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 방향이다. 기존 제도의 수혜자인 전·현직 공무원에게 탐탁지 않을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더라도 집단행동을 통해 토론회 자체를 가로막은 것은 명백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행태다.

공무원 수백명은 어제 ‘연금개혁 해체’,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호루라기를 불었고 욕설도 했다. 토론은 불가능했다. 김명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무원연금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사후에 “(토론회를) 무산시키려 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고 한다.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변명이 아니라면, 그 어떤 토론회 진행이 어제 분위기에서 가능했을지 명확히 답해야 할 것이다.

현대 민주국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헌법과 법률이 존중되는 나라고, 다른 하나는 떼법과 정서법이 판치는 나라다. 후자의 경우 물리력을 앞세워 법질서를 짓밟는 이들이 유난히 많고, 그런 행태가 법의 심판을 벗어나기 일쑤라는 특징이 있다. 대한민국은 어느 쪽인가. 두루 돌아볼수록 참담하다.

어제 토론회만이 아니다. 지난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당정 간담회도 난장판이 됐다. 일부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쌀 전면개방 반대’, ‘쌀관세율 513% 법제화’를 주장하며 계란투척 등으로 이른바 ‘실력 과시’를 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식기가 깨지고 계란과 고춧가루가 사방으로 튀는 소동이 빚어졌다.

지방 정계도 어수선하다. 경남 창원시 새누리당 소속 김성일 시의원은 지난주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두 차례 계란을 던져 물의를 빚었다. 새 야구장 입지가 변경된 데 불만을 품고 한 폭력이다. 앞서 7월에는 부산시 해운대구 의회 본회의장에서 투표함에 휘발유를 끼얹은 지방의원도 있었다. 의회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도 법치·대의민주제에 반하는 폭거들이 끊이지 않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나라’에서 가장 큰 편익을 누리는 이들은 툭하면 주먹 자랑을 하는 축들이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 갈지, 무법천지로 갈지 갈림길에 있는지도 모른다. 무법천지로 직행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법 질서와 절차를 어기는 폭거부터 불관용의 자세로 준엄히 다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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