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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낸 재밀교포 미술컬렉터 하정웅씨

입력 : 2014-09-23 09:54:00 수정 : 2014-09-23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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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컬렉션의 원칙은 그림 앞에서 기도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재일한국인 미술컬렉터 하정웅(75)씨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날마다 한 걸음’(메디치)을 펴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소장품 65%와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방자 여사 자료,숙명여대박물관의 무용가 최승희 자료 등이 그가 기증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영암군립하미술관을 비롯해 한국의 도·시립미술관에 기증한 미술품만 1만여점에 달한다. 피카소 샤갈 뭉크 워홀 달리 등 20세기 거장의 작품을 비롯해 이우환 등 한국의 유명 작가들이 망라돼 있다.

도쿄올림픽때 가전제품 판매로 큰 돈을 번 그는 이후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한 사업가다. 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화가의 꿈을 대신해 25세부터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강제징용으로 끌려왔다 숨진 한국인 무연고 묘지에 제물을 가져다가 제사를 지내게 하셨어요. 아픔을 달래주는 기도하는 마음을 싹트게 해주셨지요.”

그의 첫 수집 작품은 재일한국인 작가 전화황의 ‘미륵보살’이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아픈 사람,약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휴머니스트였습니다. 전쟁의 어리석움에 분노했고 평화를 소망한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을 첫 대면 했을 때 저를 위해 기도하는 듯 했어요. 이런 기도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가 집에 전화황 작품을 들였을때 그의 모친은 ‘왠 젊음 놈이 집에 보살을 모시려 드냐’며 벌쩍 뛰었다. 하지만 어느날 저녁 그는 그림 앞에서 기도중인 어머니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예술품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기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지요.”

그가 미술품 기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뭘까. 한·일관계의 불행했던 과거가 미술품을 통해 이야기 되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몸이 아파 찾아간 한 스님의 만남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재물과 건강을 모두 손에 쥘 수 없다고 했어요. 결국 한 쪽 손은 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광주시림미술관은 그를 현창하기 위해 광주비엔날레관이 위치한 중외공원내에 하정웅 미술관을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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