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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 '오늘, 식민지로 살다' 홍대 앞 달군다

입력 : 2014-09-23 13:26:40 수정 : 2014-09-23 13: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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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민예, 10월 2∼12일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
일제 잔재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현실을 반영한 문제작 ‘오늘, 식민지로 살다’가 홍대 앞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극단민예 제공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 ‘서시’ 중에서)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에서 완전 독립했는가?

두 남자의 싸움이 시작된다. 일한병합 100년이 훌쩍 넘어선 2014년 경성부. 아직도 일제의 식민지배가 계속되고 있다. 경성제국대학 문학부 교수인 야스다는 식민지 조선 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다가 사어(死語)가 됐던 조선의 말을 알게 된다. 학술 세미나를 위해 일본에 갔다가 교토도서관에서 조선의 역사와 말에 관한 책을 복사해 경성으로 돌아오다가 경성부 종로경찰서로 붙잡혀 온다.

황국신민 사상범을 담당하는 노련한 형사 노다는 경성제국대학에 입학한 자신의 딸이 총독부에 취직해 내지인 남자를 만나 2등국민 취급을 받는 조선 반도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 한다. 야스다처럼 반도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선을 알려고 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민족의 자긍심과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스다와 지금 현재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노다의 싸움이 시작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먼저인가, 먹고 사는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선인가. 두 사람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이상이 극단민예(대표 이혜연)가 10월 2일부터 12일까지(9일 한글날 쉼) 서울 홍익대 앞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오늘, 식민지로 살다’의 줄거리다.

2013년 제13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작인 ‘오늘, 식민지로 살다’는 근래 역사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자 대체 역사 기법을 차용한 문제작이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잃고 역사를 모르고 자란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물론 오늘 우리는 일본인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하고 껍데기 같은 삶을 영유하고 있을 것이다. 아찔한 상상이지만 해볼 만한 상상이 아닐까.

‘오늘, 식민지로 살다’에는 단 2명만 등장한다. 일본의 황국신민으로 충실하게 살고 있는 황국신민화 교육을 담당하는 노다와 우연한 기회에 조선어와 조선의 역사를 알게 된 경성제국대학 교수 야스다. 현실에 충실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황국신민으로 충실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노다와 잃어버린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찾아 독립해야한다는 야스다의 치열한 싸움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김영은 공연과이론모임 회원은 “이 작품은 민족극을 확립하고 우리의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온 극단민예의 이 작품은 ‘국가’ ‘민족’이라는 개념을 개인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시켜 극의 논쟁을 쟁점화시켰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오랜만에 연극의 형식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내용에만 열중하여 즐길 수 있는 내용에 충실한 연극이었던 것 같고, 아무것도 모른 채 껍데기로만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우리에게 생각의 미끼를 던져주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출연 배우는 2009년 서울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이윤건이 야스다 역을, 2005년 인천연극제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하성민이 노다 역을 맡는다. 작·연출 김성환, 가창 순다운(경기소리), 작곡·음악 심영섭, 조명 이재호, 진행 신슬기 김시원.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6시, 일요일·공휴일(3일 개천절) 오후 4시. 전석 2만원(20인 이상 단체, 장애우, 65세 이상 50% 할인). (02)744-0686(극단민예), 070-8668-5796(가톨릭청년회관 ‘다리’).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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