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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아시안게임, 남북관계 개선 기회 걷어찬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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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3 19:39:55 수정 : 2014-09-24 16: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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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은 남북한이 북한 응원단 참가 비용과 북한 인공기 게양 문제 등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경색국면 전환의 계기로 활용되지 못했다.북한은 우리 정부의 2차 남북고위급 접촉 제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박근혜정부도 “공은 북측으로 넘어가 있다”고 버티고 있어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한 남북대화가 재개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관례와 남북 특수성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정부


북한이 지난 7월7일 ‘공화국 성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입장 표명 방식으로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당시만 해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여와 관련한 남북 체육회담이 결렬되면서 기대감은 점차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북한은 “국제관례를 들어 (자신들이) 꺼내지도 않은 비용 문제를 들먹여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며 남한을 몰아붙였다. 북한 응원단 불참 원인을 두고 남북의 설명은 엇갈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응원단은 오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당일 티켓 판매율이 20%를 밑돌 정도로 아시안게임 흥행이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북한 응원단 참가 무산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시안게임 흥행 실패를 넘어 남북한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번 아시안게임은 남북이 모두 패자(敗者)다.

특히 북한 선수단·응원단의 비용 처리 문제와 인공기 게양건을 둘러싼 잡음은 우리 정부의 전략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들 사안을 처리하면서 국제관례와 남북관계의 특수성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정부는 북한 선수단·응원단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바탕한 기존 관행을 존중한다면서도 ‘선수단 비용은 참가국 부담’이라는 국제관례를 앞세웠고, 인공기 게양 문제에 대해서는 경기 개최지 도시에 참가국의 국기를 모두 게양하는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인공기가 게양될 수 없도록 참가국 국기를 모두 게양하지 못하게 하는 기형적 결정을 내렸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아시안게임을 남북관계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아쉽다”며 “그간 북한에 제시한 고위급 접촉 제의와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내놓은 대북 제안 등이 구체화되길 바란다면 그 길을 닦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지난 11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 관심을 모았던 북한 응원단은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인천공항=김범준 기자
◆“남북 모두 체제 내부의 보수성 뛰어넘기 어려워”


아시안게임이 일회성 스포츠 행사로 끝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 과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 관건은 개선 계기와 시점인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최근 ‘현안진단’에서 추석 계기 이산상봉 제의가 무산된 사실 등을 거론하면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위해 북한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 능력과 수단이 없다고 실토한 셈”이라며 “핵문제도, 5·24 조치(이명박정부 시절 단행된 대북제재) 해제도, 이산가족 문제도, 응원단 문제도 모두 북한의 결정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유연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박근혜정부가 보수정부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는 결정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른 전직 고위 관료는 “박근혜정부 출범 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애초 박 대통령이 갖고 있던 대북 정책 구상이 제대로 구현될 만한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여야 양쪽에서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보수 정부 성격상 그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북한 모두 체제 내부의 보수성향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피차 간에 내정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대북정책이든 대남정책이든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며 “지금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북한에 뭘 하자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강 전 장관은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이 양보를 더 많이 하게 되어 있고 북한은 5·24 조치 해제 등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보수정부인 박근혜정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먼저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며 “북한이 우리 정부가 양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북한도 내부적으로 빨치산 2∼3세 등 보수 강경파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고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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