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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차르 푸틴과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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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3 21:27:47 수정 : 2014-09-24 00: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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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브레이크 없는 폭주 유라시아 제국 부활 푸틴 야망 담겨있어
국제사회 여론 악화 푸틴 입지도 좁아져
“러시아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보다 더 위험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논설위원 마틴 울프가 최근 칼럼 ‘가장 위험한 이웃’에서 한 말이다. 미국과 유럽의 외교정책에서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지보다 더 중대한 현안은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러시아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자고 나면 외국인을 참수하고 주민 학살극을 자행하는 테러단체보다 더 무섭다니. 왜 그런 걸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5년 전국에 방영된 의회연설에서 “소련의 붕괴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차르(러시아황제)’라 불리는 푸틴이 이미 이때부터 유라시아 제국을 부활시키겠다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셈이다.

이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지금 푸틴은 이 야망을 현실로 바꾸려 한다. 그는 지난 3월 크림반도합병조약을 체결한 이후 줄곧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반서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군사침범을 이유로 강도 높은 대러 추가제재를 단행했다. 이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28개 회원국은 4∼5일 영국 웨일스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신속기동군 창설 등 군사대응책까지 논의했다.

푸틴과 러시아는 곧바로 응수했다. 일주일 남짓 지난 11∼12일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테러와 마약 등 국제문제에 대응하는 지역안보센터창설 방안이 논의됐다. SCO는 중·러와 중앙아시아 4개국 등 6개회원국으로 구성된 경제 및 지역 안보협력기구로 반미, 반서방 성격이 짙다. 서방에서는 이 기구가 나토에 필적할 만한 군사동맹체로 진화할 것이라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실제 SCO 회원국들은 지난달 말 네이멍구에서 병력 5000여명과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 탱크 등을 동원한 대테러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며 무력시위를 했다.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푸틴은 꿈쩍 않는다. 푸틴의 측근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러시아 고등경제대 교수는 최근 FT에 기고한 글에서 “서방의 제재는 잠자는 러시아를 깨울 뿐”이라며 러시아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는 훨씬 강하고 서방은 훨씬 약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그었지만 유명무실하다. 미국은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졌고 EU 회원국들은 저마다 이해가 엇갈려 중구난방이다. 서방이 폭주하는 러시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푸틴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 언론이 전하는 푸틴의 발언은 섬뜩하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이틀 내에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폴란드와 루마니아, 발트3국 등 6개 나라에 러시아군을 진주시킬 수 있다.”(독일 권위지 쥐드도이체 차이퉁)

주춘렬 국제부장
이들 국가는 모두 옛 소련에서 분리독립을 했거나 그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곳이다. 푸틴이 유라시아 제국 건설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서방에 보낸 듯하다. 급기야 러시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IS 격퇴전략까지 반기를 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외교무대에서 푸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진다. 러시아가 지난 4월부터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퇴출당한 데 이어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푸틴을 배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다시 울프의 말이다.

“러시아는 핵무기로 무장한 옛 슈퍼파워이고 비도덕적인 독재자가 이러한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이 사실이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지난 5일 휴전협정이 체결됐지만 포성이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서 촉발한 신냉전 기류는 우리가 직면한 엄중한 현실이라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주춘렬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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