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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구텐버그’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뮤지컬 ‘구텐버그’(사진)는 ‘극중 극’이라는 장치를 통해 관객을 독특한 상황 설정 속으로 끌어들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품의 설정은 이렇다. 극장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관객들은 무대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 무척 수줍은 두 청년을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 한 사람은 커피집의 종업원, 또 한 사람은 양로원의 간호사. 특별할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있는 건 오직 ‘몸뚱이’뿐인 그냥 평범한 젊은이 더그와 버드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칭 ‘뮤지컬 작곡가’와 ‘뮤지컬 연출자’이기도 하다. 평생의 꿈인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도전을 했지만 여의치 않자 아예 두 사람이 직접 제작해 연기까지 하기로 한 것. 이제 관객은 이 두 사람의 젊은과 열정으로만 펼치는 좌충우돌 뮤지컬 공연 ‘구텐버그’를 관람하게 된다.

극중극인 뮤지컬 ‘구텐버그’를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만들어가는 두 사람의 열정을 즐기는 것이 이 작품의 알파요, 오메가다. 더그와 버드가 공연하는 ‘구텐버그’라는 작품도 딱 이들의 열정을 담아내기에 좋은 내용이다. 인쇄기를 만들기 위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와인 기술자 구텐버그의 이야기이기 때문.

그런데 ‘극중극’이라는 장치를 통해 관객은 이렇게 발산되는 어마어마한 열정이 극중 캐릭터인 더그와 버드의 것인지, 아니면 이들을 연기하는 두 명의 한국인 배우의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과 함께 이들의 좌충우돌 공연에 동참하게 되는 것. 공전의 히트 뮤지컬인 ‘헤드윅’이 ‘극중 콘서트’라는 상황을 통해 현실과 공연이 교묘하게 중첩된 독특한 경험을 하게 했던 것처럼, ‘구텐버그’도 비슷한 설정을 통해 관객을 배우와 함께 호흡하게 한다. 그렇게 ‘구텐버그’는 ‘관람’이 아닌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흥미로움 속에 일단 발을 들여놓고 극의 페이스에 한번 말려들게 되면 정신 없이 함께 웃고 떠들게 된다. 이처럼 뮤지컬 ‘구텐버그’는 ‘보는 즐거움’보다는 ‘느끼는 즐거움’이 한층 큰 작품이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연이다. 단 두 명의 배우가 두 명의 열정 가득한 젊은이와 극중극 속의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표현해야 하고, 노래도 해야 하며, 관객들까지 쥐락펴락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배우들은 캐릭터를 시도 때도 없이 바꿔가며 대부분의 시간은 코미디로, 또 때로는 마임으로, 또 때로는 진지한 연기도 해야 하는데 이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이러한 정신 없는 캐릭터 바꾸기가 관객들에게는 혼란보다는 재미있는 놀이로 비쳐진다. 이번 ‘구텐버그’ 공연에는 김종구, 장승조, 정원영, 허규 등 4명의 배우가 참여를 하는데 네 사람 모두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수많은 내공을 쌓아온 젊은 실력자들이다. 이들이 펼치는 능청스러운 연기는 기대감을 가지고 봐도 충분히 좋다.

음악에는 소극장 공연에 걸맞은 산뜻함이 담겨 있다. 단출한 피아노 연주만으로 이루어지는 넘버는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과 같은 장엄한 맛은 없지만 ‘투닥투닥’하며 자신들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표현하기에는 딱 알맞은 음악이어서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다. 12월7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5만5000원. (02)749-9037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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