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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의 집은 곧 인격… 소박하고 여유롭다

입력 : 2014-09-26 19:40:57 수정 : 2014-09-26 19: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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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박지원·홍대용·허균 등
그들의 집 서술 ‘고전’ 쉽게 풀어써
박수밀 옮김/김세현 그림/한국고전번역원/1만2000원
임금이 부른들 이 집에서 나갈까/박수밀 옮김/김세현 그림/한국고전번역원/1만2000원


살고 싶은 집을 떠올려보자. 30평대 이상, 교통과 학군이 좋고 생활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곳,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집을 상상하지는 않았는가. 현대 사회에서는 이 기준이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나마 허전함이 느껴진다면 잠시 눈을 돌려 옛 사람들이 그렸던 집을 살펴보자.

다산 정약용은 ‘제황상유인첩’이라는 글을 통해 이상적인 집의 모습을 설명해놓았다. 전남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황상이라는 제자가 숨어지내는 사람의 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묻자 답한 글이다. 그는 내를 낀 산이 있고 동네 입구에 가파른 절벽이 있는 땅에 정남향 집을 지으라는 실제적인 조언과 함께 구체적으로 집의 꾸밈새를 풀어놓는다. “문 옆에는 오래된 나무나 대나무, 바위를 그리거나 짧은 시를 써 넣는다. 방 안에는 책장 두 개를 놓고 천 삼사백 권의 책을 꽂는다. … (뜰에는) 국화를 제일 많이 준비하는데, 적어도 마흔여덟 가지는 되어야 국화가 있다고 말할 만하다. 뜰 오른편에는 연못을 판다. 둘레가 수십 걸음 정도면 된다. 연못에는 연꽃 수십 포기를 심고, 붕어도 기른다.” 정약용은 “이런 때가 오면 임금께서 부른다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도 빙긋 웃을 뿐 나가지 않으리라”고 글을 맺는다.

옛 사람은 집을 자신의 인격과 동등하게 생각했다. 홍대용이 살던 집인 ‘담헌’은 맑은 집이란 뜻이다. 그는 평생 벼슬에 욕심 내지 않고 학문에 힘을 쏟았다. 박지원이 만든 집 ‘하풍죽로당’은 ‘연꽃에 바람 불고 대나무에 이슬 내리는 집’이란 의미다. 박지원은 “이 집에서 지내는 사람은 이런 마음이면 좋겠다”면서 “아침에 연꽃이 활짝 피어 향기가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을 보면 따사로운 바람처럼 은혜를 베풀고, 이른 아침에 대나무가 이슬을 머금어 젖어 있는 것을 보면 이슬이 골고루 내리는 것처럼 좋은 정치를 두루 베풀기를 꿈꾸는 마음”이라고 밝힌다.

옛 선비들은 집을 자신의 인격과 동등하게 여겨 소박하면서도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운치 있는 집을 소망했다.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이 책은 어린이들이 우리 고전 산문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한 결과물이다. 옛글 중 7편을 골랐다. 원작의 글맛을 살리면서도 쉽게 풀어썼다. 옛 사람들이 서술한 집의 모습은 소박하고 운치 있다. 이들은 집의 규모에 집착하기보다 “주위에는 온갖 꽃과 대나무를 빽빽하게 심고, 앞마당은 넓게 만들어 패랭이꽃과 금선화를 심어달라”(허균)거나 “벽오동나무 한 그루를 사랑채에 심어 서쪽 달빛이 그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게 해야지”(장혼)라는 식으로 고즈넉한 삶을 중시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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