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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의 스승 알로이시오 신부 일대기

입력 : 2014-09-28 10:00:32 수정 : 2014-09-28 1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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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화가 하삼두 화백이 문인화로 표현…가톨릭출판사서 펴내

  

‘알로이시오 신부’ 표지
한국전쟁 여파로 처참하고 피폐해진 1950년대 후반 부산에 파송돼 빈민 구제활동에 일생을 바친 벽안의 신부가 있다. 미국인 알로이시오 슈월츠(1930~1992)다. 부모를 잃었거나 가난에 허덕이는 수천명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다간 그의 일대기가 문인화(文人畵)와 곁들여 출간돼 코끝을 시리게 한다.

‘글쟁이 화가’ 하삼두 화백이 펴낸 ‘알로이시오 신부’(가톨릭출판사)는 정감어린 글과 그림으로 알로시오 신부를 우리 곁에 ‘살아있는 예수’로 되돌려 놓는다. 그가 ‘울지마 톤즈’ 주인공 이태석(1962~2010) 신부의 정신적 스승이자, 최근 필리핀 천주교에서 복자(福者)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삶과 신앙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로이시오의 꿈은 질병과 굶주림 속에 버려진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부자였기에 가난해 지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며 이를 위해 택한 눈물겨운 방법들이 책 속에 소상히 밝혀진다. 알로이시오는 한달 간 유럽의 소외된 지역을 찾아 다니며 가난한 이들이 먹는 눈물의 빵의 의미도 터득한다. 

그는 부산에 파송돼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소년의 집을 지어 운영했고, 어린이들에게 엄마를 안겨 주기 위해 ‘마리아 수녀회’를 창설하기도 했다. 그가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아동보호시설 ‘영화숙’을 악덕 관리들로부터 인수하는 과정은 한편의 전쟁 드라마와도 같다. 그 덕분에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구출해 새 삶을 선사할 수 있었다. 알로이시오 신부의 최대 업적으로 꼽을만 하다.

자신이 휴식하는 시간은 누군가는 죽어가는 시간이라 생각돼 한시로 쉴 수 없었던 알로이시오 신부의 절박함도 책 속에서 볼 수 있다. 그를 이끌어준 힘은 기도와 용기였고, 뒤에서 그림자처럼 도와준 사람은 마리아 수녀회의 이름 없는 수녀들이었다. 이들 수녀들은 알로이시오 신부와 함께 고난을 선택해 기꺼이 아이들의 엄마가 돼 주었다.

책에는 로마 교황청도 인정한 그를 한국천주교 지도자들이 외면한 불미스런 사연도 감추지 않는다. 가난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 각국에서 보내온 성금 일부를 다른 용도로 쓰자는 것이었는데, 알로이시오 신부는 기탁자들의 뜻을 알기에 끝까지 거절한 것. 그 후유증은 오래 지속됐다.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방한했을 때, 알로이시오 신부가 있는 부산 송도 소년의 집을 방문키로 했는데, 누군가가 무산시켰다. 부산까지 갔다가 신부를 만나지 못한 교황은 부산 상공을 비행기로 돌며 수행비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뜨거운 축복을 내렸다. 그 방향은 알로이시오 신부가 있는 곳이었다.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진 그는 1989년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다. 그 병의 약자 'ALS'는 알로이시오 신부가 일생동안 사용하던 사인과 정확히 일치해 의미심장하다.

그가 의사인 이태석 신부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것은 쓰러져 가는 판잣집에 살면서 가난한 이들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알로이시오 신부의 삶을 직접 보고 체험하며 자란 소년 이태석이 가슴속에 숭고한 꿈을 키우게 되었고, 훗날 아프리카에서 알로이시오 신부와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이태석 신부는 자신의 저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에서 알로이시오 신부에게서 받은 영향을 ‘아름다운 향기’라고 표현했다. 알로이시오 신부와 공놀이를 하던 김병지는 훗날 국가대표 골키퍼가 되었고,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훌륭한 연주가들이 돼 카네기홀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알로이시오 신부가 창설한 마리아 수녀회 수녀들은 부모 잃은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이름도 빛도 없이 한국과 필리핀 등 6개 나라에서 어린 생명들을 돌보고 있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한국에서 26년, 필리핀에서 7년 아시아에서 총 33년 동안 살며 소년의 집과 병원, 학교, 미혼모를 위한 시설 등을 운영하며 수 만명을 가난과 질병, 착취와 공포, 죽음의 늪에서 구출했다. 가난한 이들을 생각해 적게 먹고, 열심히 일해 평생 몸무게 55Kg을 넘지 않았던 그는 죽어서도 별이 되어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을 비추고 있다.

이 책을 펴낸 하 화백은 동아대 미술학과, 홍익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한때 시인이 될 꿈을 꾸었지만, 먹그림이 좋아 문인 화가가 됐다. 한국 문인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출중한 솜씨가 알로이시오 신부의 삶과 잘 어우러져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책은 영어로 병기돼 영어공부 재미도 쏠쏠하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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