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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힘찬 군무 인상적 전통과 현대 조화 돋보여

입력 : 2014-09-29 21:01:49 수정 : 2014-10-01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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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춘향’ 인생의 봄날을 맞은 춘향과 몽룡이 첫눈에 반해 사랑을 나누는 무대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선비들은 늠름한 기개를 내뿜었다. 단오를 맞은 여인네와 기생들은 하늘하늘한 자태로 관객을 유혹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들의 발에는 꽃신 대신 토슈즈가 신겨 있었다. 우리 전통 이야기와 서양 발레가 행복하게 만난 순간이었다. 27, 28일 이틀 동안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의 ‘춘향’은 동서양의 조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세련되게 이뤄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춘향’은 UBC의 세 번째 창작 발레로, 2007년 첫선을 보였다. 발레라는 틀로 소화한 ‘우리만의 것’을 해외에 보이기 위한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발레가 해외로 나가려면 완성도 높은 창작 발레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UBC는 약 30년간 창작 발레 ‘심청’을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인 데 이어 이번에 ‘춘향’을 대폭 수정해 내놓았다. ‘춘향’은 내년 4월 오만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봄 시즌 초청을 받아놓았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UBC가 이 작품을 계속 새롭게 만드는 노력을 높이 사야 한다”고 평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힘찬 남성 군무와 화려한 여성 군무가 인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했다. 무용수들이 흩어지고 모이길 반복할 때마다 한복 자락이 휘날리며 색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군무로 형상화된 운명 앞에서 몽룡과 춘향이 이별하는 장면은 비극미가 가미됐다. 마지막 암행어사 출두 장면은 박력이 넘쳤다.

은은한 천이 겹겹이 드리워진 그윽한 무대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백을 살린 수묵화와 장지문의 단아함이 무대에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한국적이되 토속적이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잘 살린 무대였다. 전통적 소재를 잘못 활용하면 구수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기 쉽다. ‘춘향’은 한복과 여백의 미를 살리되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춤을 춤으로써 이런 함정을 피해갔다. 감상적이고 극적인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춘향’과 때때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춘향전을 모르는 외국 관객이 작품 줄거리를 따라가기 어려워 보이는 점은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장 평론가는 “몽룡의 아버지가 아들을 춘향과 떼어놓는 장면처럼 우리는 알지만 외국인은 상황을 알기 힘든 장면이 눈에 띄었다”며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본을 더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남성 무용수의 춤에서 공중돌기나 그랑 주테 등 일부 동작이 중복됐고, 캐릭터와 상황에 따른 춤이 다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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