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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극적 재미 잘 살려 '바그너=지루' 고정관념 깨

입력 : 2014-09-29 21:01:40 수정 : 2014-10-01 14: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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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의 반지’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공중에서 지휘봉을 멈추자 객석도 숨을 죽였다. 짧은 정적이 끝나기 무섭게 열렬한 함성이 밀려왔다. 쉬는 시간 없이 2시간30분 동안 무대에 몰입한 관객들은 우르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서울시향이 리하르트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의 반지’ 첫 테이프를 성공적으로 끊은 순간이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공연의 첫 번째로 ‘라인의 황금’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은 이날 ‘니벨룽의 반지’ 1부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을 연주했다. 우리 악단만으로 바그너의 ‘반지’를 완성하긴 처음이다. 오페라가 아닌 콘서트였지만 약간의 조명이 더해져 드라마적 재미를 가미했다. 이날 연주는 바그너답게 묵직하고 깊이 있기보다 감성적이고 극적인 면을 더 부각했다. 로게 역의 테너 다니엘 키르히에는 성량 부족이 공통으로 지적됐다. 아쉬움이 남았으나 관객과 평론가들은 완성도 있는 바그너 음악을 국내에서 접한 것 자체에 후한 점수를 줬다. 국내에서는 주로 대작으로 제작비가 막대한 바그너 악극이나 오페라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가서 종종 바그너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는 부족한 면이 보이겠으나, 바그너 ‘반지’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이 이상의 입문이 있을까”라고 평했다. 류 평론가는 “보통 바그너 하면 묵직하고 길고 어렵고 지루한 이미지이고 ‘라인의 황금’은 특히 발퀴레 등 이후 3부작보다 맹숭맹숭할 수 있다”며 “이번 공연은 이야기 위주로 잘 풀어내 바그너 감상의 묘미를 선사했다”고 설명했다. 지휘자 정명훈에 대해선 “이전에는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음악 계열에서 뛰어났으나 점차로 바그너적인 음악도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며 “정 지휘자가 오페라를 잘 하다 보니 오페라와 비슷한 악극인 바그너 작품에서도 극적 흐름을 살리는 능력을 잘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진 평론가 역시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에서 ‘반지’ 4부작을 기획해 연주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 시도”라며 “이날 연주가 완벽하진 않았어도 객관적으로 무난했다”고 평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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