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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예규가 대법원 판결보다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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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30 21:00:33 수정 : 2014-09-30 2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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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공기 냄새가 다르다. 가을 냄새다. 추석도 지났으니 이젠 가을이 익어가며 나뭇잎도 단풍이 든 후 하나둘 떨어질 것이다. 얼마 전 인제에 다녀왔다. 계곡 옆 큰 바위를 뚫고 나와 기품을 자랑하던 멋진 소나무 하나가 고목이 돼 있었다. 푸름을 뽐내며 수백 년 갈 것 같았는데 4년 전 있었던 홍수로 물에 잠겼다고 한다. 그 아래 계곡물은 쉼없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천년만년 살 것 같은 나무는 너무 쉽게 명을 다했다. 사람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나이가 오십 넘어가면 자신이 매장을 해야 할지 화장을 해야 할지 결정해 놓아야 할 것 같다. 요즘은 대부분 집이 아니라 병원에서 운명하기 때문에 사망이 확인되면 장례식장 직원이 시신을 장례시설로 옮기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병원이 돈이 되기 때문에 장례식장을 직영하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를 주고 있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갑은 의료법인으로부터 장례식장을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상주들에게 장례식장을 임대해주고 장의용역을 제공하며 그 대가를 받고 있다. 물론 장의용역이 주된 업무이지만 부수적으로 관, 수의, 상복 등을 판매하기도 하고 문상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런데 막상 장례식장의 매출액을 따져보면 음식물 제공과 관련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37% 정도로 높다. 갑은 장의용역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이기 때문에 상주들에게 계산서를 발행해 오면서 음식물 제공 용역도 당연히 면세인 줄 알고 부가가치세를 신고해왔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2004년부터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에게 제공하는 음식물에 대해서는 면세가 아니라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고 판단하고 과거 5년의 과세기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더 추징했다. 추징된 금액에는 부가가치세 본세뿐만 아니라 가산세도 포함됐다.

갑은 과세처분이 잘못됐다며 조세심판원에 과세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불복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갑의 기대와 달리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할 수 없이 갑은 3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싸움을 과세관청과 하면서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에게 제공하는 음식물 용역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 면세라는 판단을 받아냈다. 그러나 취소된 세액은 가산세액뿐이었다. 이상하게도 갑은 심판청구 시 부가가치세 본세와 가산세 모두를 취소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가산세만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갑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제서야 본세와 가산세는 별도의 처분이기 때문에 본세 부분도 취소를 구해야 했음을 알았다. 세법에 국세불복은 반드시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면 부적법한 소의 제기가 돼 각하를 면치 못한다. 만일 갑이 행정심판단계에서부터 부가가치세 본세 부분을 다퉜다면 과세처분된 세액 전부를 취소 받을 수 있었다.

판결문을 보면서 갑이 왜 부가가치세 본세 부분을 주장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뿐이다. 현재 과세관청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음에도 기획재정부 예규를 내세워 2013년 10월 30일 이후에 제공하는 음식물 공급부터 면세를 적용하고 있다. 예규가 대법원 판결보다 더 우위라는 이상한 논리이다. 이게 세정현실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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