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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망신살 뻗친 인천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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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30 21:02:49 수정 : 2014-10-01 00: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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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혈세 쏟고도 곳곳서 미숙한 운영
국격 높이기는커녕 최악의 대회될 판
지난 8월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인천아시안게임 운영 등을 총괄하는 김영수 조직위원장이 ‘대사’를 한 달 앞두고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대사는 인천은 물론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흑자·관광·문화·한류아시안게임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둔 대회로 역사에 남도록 하겠다고 했다. ‘약소국도 적은 돈으로 아시안게임을 치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겠다고도 했다. ‘국격’을 높이고 알뜰 대회로 만들어나가겠다고 해 감흥이 작지 않았다. 

문준식 체육부장
‘사고’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경기장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유정복 인천시장도 나섰다. 그는 대회 개막 하루 전 ‘거창한’ 선언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인천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이뿐인가. 모든 경기가 안전하고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역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완벽하게 대회를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맹서는 온데간데없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7년간 막대한 혈세를 들여 준비해온 대회치곤 엉성하기 짝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것은 선수들의 기록이 아니라 미숙한 운영에 대한 불만이다. 국내에서 처음 치르는 대회도 아닌데. 이 때문에 인천아시안게임은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까지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잔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해외 언론들은 “아시안게임인가, 아니면 한국판 전국체전인가”, “인천아시안게임, 한계를 속속 드러내다” 등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낸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특히 해외 언론의 ‘동네 운동회만도 못하다’는 비판은 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이러다가 인천아시안게임이 건국 이래 최악의 대회로 기록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뒤늦게 조직위원회가 공식 사과하고 나섰지만 약발이 듣지 않는다. 자승자박이다. 초장부터 문제였다. 비밀에 부쳐야 할 성화 점화자가 주최 측의 실수로 공개됐다. 대회의 상징인 성화가 이틀 만에 꺼진 건 ‘압권’이었다. 국제대회에서 성화가 봉송 중에 꺼지는 사례는 있어도 대회 기간에 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사가 풀린 탓이다. 경기장 정전으로 배드민턴 경기가 중단된 건 해외 토픽감이었다. 대회 초반 식중독균 검출로 도시락 배달이 중단돼 식사를 거르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4년간 오직 이날만을 위해 피땀을 흘려 왔는데 좋은 성적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이뿐인가. 일부 경기장은 국제대회라기에는 너무 허술해 해당 종목 협회가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셔틀버스 운영도 문제였다.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펜싱의 경우 중국의 동메달리스트가 안내 미숙으로 ‘미아’가 된 적이 있다. 시설 또한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수없이 국제대회에 참가했지만 이번처럼 질서없는 대회는 처음”이라는 체육 관계자의 말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이 걱정되는 이유다. 이래 가지고 돈이 없어 대회 유치를 주저하는 다른 국가들에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 손님들을 잔뜩 불러놓고 망신살이 뻗친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대회를 건성건성 준비한 탓이다. 안일하게 대비해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대회 유치에 나설 때의 간절한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애초부터 대회 유치는 안상수 전 시장, 준비는 송영길 전 시장, 개최는 유 시장이 맡아 대회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관계자들은 이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천아시안게임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국 선수들은 그동안 갈고닦아온 기량을 펼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고 있다. 대회 관계자들은 남은 기간 그동안 실추된 명예 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총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대회는 최악의 아시안게임이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 영원히. 마지막 기회다.

문준식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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