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불임국회 면했지만 이제 ‘연계 투쟁’ 악습 버려야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4-09-30 21:04:13 수정 : 2014-10-01 00:08: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만감이 교차한다. 대한민국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 궤도로 들어섰다. 여야는 어제 국회법상 본회의 개의 시간으로 적시된 오후 2시를 넘기면서 줄다리기를 계속한 끝에 세월호특별법 협상의 큰 가닥을 잡아 전기를 마련했다. 여야는 이달 말까지 세월호법과 함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유병언법)을 일괄 처리키로 했다. 큰 틀의 합의 후 열린 저녁 본회의에선 민생·경제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했다. 국정감사는 7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고 한다.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방점을 찍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회 모습은 그간 너무도 참담했다. 9월 초 문을 연 정기국회는 한 달 동안 공전만 거듭했다. 단 한 건의 법 처리도 하지 못하는 ‘불임국회’ 상황도 만 5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일단 종지부가 찍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는 형국과는 거리가 먼 의정 현주소를 곱씹지 않을 수도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국회 권력을 상징하는 입법권이 만개하는 무대는 본회의다. 하지만 어제 본회의는 아예 뒷전이었다. 최대 관심사는 여당과 야당, 그리고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으로 구성된 세월호 가족대책위 간에 진행된 이틀째 3자회동이었다. 주객전도였다. 적어도 야당의 일부 의원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단원고 유족 대표자나 대변자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성을 인정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피해자와 유족에게 공감하지 않을 국민도 없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대책위에 주권을 위임한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가족대책위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입법 주역을 자처한 현실은 상식에 어긋나고 대의민주주의에는 정면으로 반한다. 국민이 입법부를 쥐락펴락할 특권을 줬다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두 번이나 국회 협상 결과를 깬 것도 무리였다. 어제 협상이 타결됐다고 앞으로 또 이런 꼴을 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답답하고 착잡하다.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임기 초에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내용이다. 여야는 그 선서를 되새겨야 한다. 특히 줄곧 세월호법 선타결을 앞세웠던 야당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여당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지만 야당 책임은 그야말로 막중하다. 각종 입법·의정 과제 해결에 세월호법 투쟁을 장기간 연계하지만 않았어도 불임국회 5개월의 참상은 피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연계’ 악습을 버리는 것이 정치를 복원하고 민심 지지를 되찾는 첩경이란 사실을 깊이 깨칠 일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