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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선박 운항, 112불통… 안전불감증 여전

입력 : 2014-09-30 19:10:09 수정 : 2014-10-01 14: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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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학습효과에 승무원·해경 등 발빠른 대응 홍도 관광의 마지막 코스인 ‘슬픈녀바위’에 유람선이 접근하자 “꽝” 하는 굉음이 두 번 났다. 검은 연기가 선수엔진 쪽에서 피어올랐다. 기암괴석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일어서 있던 승객 100여 명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쇠기둥에 부딪힌 승객들의 머리에서는 피가 났다. 구멍이 뚫린 기관실에서 선실 쪽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곳곳에서는 “살려 달라”는 아우성이 들려왔다. 위험을 직감한 승객들은 가라앉은 선수의 반대편인 선미 쪽으로 이동했다.

30일 오전 9시14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신안 선적 171t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는 순간, 승객들의 머릿속에는 지난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가 떠올랐다. 승객 김모(54·전남 순천시)씨는 “이젠 영락없이 죽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김씨는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김씨가 막 휴대전화를 꺼내 드는데 안내방송이 나왔다. “구명조끼를 입고 2층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승객들은 혼란 속에서도 신속히 서로에게 구명조끼를 나눠 주며 입었다. 남자 승무원 5명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거나 2층으로 안내했다. 이날 구명조끼를 입고 유람선 2층에 올라간 승객들은 사고 10분 후인 25분쯤부터 구조선에 옮겨 타기 시작했다. 사고 유람선의 100m 후방에서 운항하던 또 다른 유람선이 가장 먼저 승객 구조에 나선 것이다. 목포해경의 출동신고를 받은 유람선 2대와 어선 3대가 추가로 사고현장에 투입됐다. 사고 발생 30분 만인 9시45분쯤 승객 105명이 전원 구조됐다. 

30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해상에서 좌초된 유람선 바캉스호 사고현장에서 홍도 주민들이 어선을 이용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홍도=연합뉴스
구조됐다는 안도의 숨을 쉬고 있을 때, 바캉스호의 선수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세월호와 같은 대형참사가 날 뻔했다. 이날 부상자 10명은 해경 헬기로 이송됐다. 승무원 5명은 승객이 모두 구조된 후 마지막으로 구조선에 올라탔다. 승객들은 이날 오후 목포항으로 이송된 후 모두 귀가했다.

이번 유람선 사고에서 승객 전원이 구조된 데는 세월호의 학습효과가 컸다. 사고 유람선 승무원들의 적절한 대피 안내와 구조선의 신속한 출동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운항과 119 불통 등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신고자인 승객 이모(50)씨는 “사고 직후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지만 제대로 통화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유람선은 올 5월 첫 운항 당시 노후화 문제가 제기됐다. 바캉스호는 일본에서 1987년 제작된 유람선으로 지난 5월15일 허가를 받고 운항을 시작했다. 세월호보다 7년이나 더 낡은 배다.

홍도 주민들은 바캉스호 운항 당시 내구연한이 3년밖에 남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며 해경에 운항불허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경이 세월호보다 더 낡은 바캉스호의 운항허가를 내준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해경은 바캉스호 선장이 무리한 운항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닌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목포해경은 문모(59)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와 기관장 등 선원 4명을 상대로 사고경위를 파악 중이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해역의 파고는 2.5∼3m가량으로 유람선 운항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름 전 부임한 문 선장이 암초의 존재를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안=한승하·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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